produced by
Mark Heimmerman & Brent Brougeious
(2001/Word)
어떤분이 인터넷 쇼핑몰의 구매자 서평에서 이 앨범을 말하길 "4 Him 의 색깔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더 좋구요" 라고 썼더군요. 짧은 코멘트였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그대로입니다. [Walk On]에서 무언가 새로운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한없이 실망만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왜 포힘의 새 앨범에서 새로운 기대를 해야만 하는거죠? 이들이 어덜트 컨템퍼러리와 팝의 변방을 꾸준히 지키는 동안 크리스천 음악의 장르는 엄청나게 넓어졌죠. 하지만 포힘의 음악이 사랑받았던 결정적인 요인은 늘 꾸준하게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듣기에 맛깔스러운 음악들을 표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Walk on]은 그들의 행보에 충실한 앨범입니다. 시장의 다양화 속에서도 그들의 페이스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천명한 셈이지요. 타이틀 곡의 가사인 "I will Walk on"이 마치 그 노래속의 이야기같아 보이지만은 않는군요.
그렇다면 [Walk on]은 과연 잘 만들어진 앨범일까요? 스타일의 유지만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일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곡들이 좋아야죠. 곡들은 전반적으로 무난합니다. 강한 느낌의 곡들이 전작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는 이미 [Obvious]때부터 슬슬 들기 시작했었고요.
멜로우한 느낌의 곡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이 10년여에 걸친 활동기간의 영향일까요? 그런거 같지도 않아요. 이런 구성이 앨범 전체를 좀 지루하게 하는 감은 있지만, 곡들의 세련됨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첫 싱글로 인기를 얻었던 "Psalm 112"같은 곡을 보면, 그리 강하지 않은 미들템포의 곡임에도 은근한 힘을 발휘하면서 진한 인상을 남기지요.
멋진 곡들도 많은 앨범입니다. 제일 강렬한 느낌의 "This is My Declaration"이나 한없이 차분한 느낌을 주는 "Walk On"은 처음의 감상에서도 큰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트랙들이 대부분 앨범 초반에 밀집되어 있긴 하지만, 후반부의 "Eyes of the World"나 "City of Refuge" 같은 곡들도 후렴부에 걸쳐 상승되는 무드의 세련된 곡분위기로 역시 진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앨범의 태반을 이끌어가는 힘은 아직도 포힘 멤버들의 보컬 앙상블에 있습니다. 앤디 크리스만의 미성을 축으로 노래의 초반과 절정의 부분을 고르게 분할하는 진행은 여전하고요. 대부분의 후렴이 크리스만의 보컬에 힘을 입고 있지만, "Let the Healing Begin"이나 "One Foot in the Water", "Who You Are"처럼 다른 멤버들이나 합창으로 불리우는 곡들의 보컬 안배도 참으로 고릅니다.
게다가 앨범의 후반부로 이어질 수록 네 멤버의 합창으로 후렴이 장식되는 곡들이 되어가는데 이것도 마치 앨범내에서의 어떤 상승작용같아 보여요. 크리스만의 뚜렷한 목소리로 선을 그리고, 멤버들의 합창으로 그안에 색을 칠한다고나 할까요.
가사들도 좋습니다. 특히 (차거나 뜨겁지 않은 신앙을 꼬집는) "One Foot in the Water", "Love Boomerang", "City of Refuge"처럼 재미있는 비유들과 완연한 신앙 고백인 "Who You are", "Psalm 112", "Walk On" 같은 가사들이 균형있게 안배된 것은 역시 포힘의 전작들에서 보아왔던 것들이고요.
결국 어떤 것을 기대하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장르의 세분화와 가수들의 폭발적인 증가 이후에 도브상의 콜링이 줄어들었고 소속사의 파산으로 인한 레이블 이전 등의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그런 외부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투영되는 선입견을 버리고 본다면 [Walk On]은 여전히 포힘의 앨범입니다.
물론 자신들이 지키는 바운더리를 뛰어 넘어서 화제의 물망에 오르는 앨범들도 있지요. [Walk On]은 결코 그런 앨범은 아닙니다. 하긴 꼭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 화제를 몰고 온다 해도 웬지 포힘이라는 그룹이 주는 이미지와는 별로 안맞을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포힘의 앨범입니다. 그래서 좋은 앨범이고요. 그게 전부에요.
(2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