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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제니퍼 냅 Jennifer Knapp [The Way I am]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Tony Macanany

(2001/Gotee)




좋던 싫던 제니퍼 냅이 소포모어 컴플렉스 -그러니까 화려했던 데뷔작의 후광효과에 밀려 차기작의 반응이 별로 안좋게 되는 경우- 에 걸렸던 아티스트란건 사실인거 같아요. 스타일의 기복이 통통 튀었던 데뷔 앨범 [Kansas]에 비해, 다음 앨범이었던 [Lay It Down]은 너무 루즈한 분위기로만 일관되었으니까요. 차트나 판매량이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의 지침이 된다고 감안하면, 저조한 판매량도 [Lay It Down]에 대한 실망감에 무게를 실어 준 셈이고요.


하지만 [The Way I Am]은 이 모든 것을 상쇄하는듯 합니다. 일단 앨범이 나오자마자 매체나 인터넷 평단에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게다가 이 앨범이 나오기 직전, 빌보드나 L.A 타임즈 등의 언론매체에서 냅의 최근 활동을 조명하면서 그녀의 음악성을 높이 사는 언론 플레이도 있었고요.


하긴 많은 부분이 매스컴쪽을 통해 이뤄진 성과이긴 하군요. 차트나 판매량의 성과는 조금 추이를 봐야할듯 하지만, [Lay It Down]의 루즈함에 다소 실망한 팬들이 있었다면 [The Way I Am]은 분명 좋은 보상이 될 겁니다. 이 앨범은 정말 수작입니다.



데뷔작 [Kansas]와의 비교가 많이 되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The Way I Am]은 자신만의 확연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스피디하면서 비트있는 싱글들이 앨범의 중간에서 완급을 조절했던 [Kansas]에 비해 [The Way I Am]에는 빠른 곡들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이것만 보면 벌써 앨범이 지루해질 것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실 그게 이 앨범의 첫인상기도 하고요.


그러나 [The Way I Am]의 수록곡들은 앨범의 분위기를 일관시키면서,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작은 변주들로 전체를 이끌어 갑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따지자면 [Kansas]보다 한수 위인 셈이지요.

그 아기자기함으로 들어가면 곡들은 정말 좋습니다. 다소 비슷한 분위기로 뭉쳐있는 초반부의 세곡들 -"By and By", "Breathe on Me", "The Way I am"-은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다소 이례적인 키 연주로 시작되는 "Say Won't You say"도 아름다운 발라드입니다.


재지한 분위기의 "Around Me"는 후반부의 "In Two", "No Regrets"같은 곡들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이고, 그 중간에는 "Come to Me", "Fall Down", "Sing Mary Sing" 처럼 냅의 강렬한 보컬의 가세로 뚜렷한 선을 보이는 싱글들이 배치하고 있어요. 비트가 있거나 빠른 템포의 곡들은 없지만, 구성의 아기자기함때문에 앨범은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 런던 심포니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느린템포의 비트있는 곡들이 갖는 특유의 비장함을 증폭시켜주죠. 전반적으로 다소 과도하게 쓰인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이 곡의 전체를 차지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니, 각개적인 곡들 안에서는 오히려 적절한 가미가 되었다고 보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 여느때보다도 고전적인 스크립트와 개인적인 고백이 잘 맞물린 가사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Breathe on Me", "Say Won't You Say", "The Way I Am", "Fall Down" 같은 곡들은 냅의 순전한 고백이 되는 가사들이죠. 냅 자신이 크리스천 음악계에 투신하기전에 방탕한 생활을 했었다고 공공연한 고백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체감되는 느낌은 더욱 두드러지고요.


반면 "Come to Me"나 "Sing Mary Sing"은 그에 대한 화답, 혹은 찬양이 되는 메시지로 차있습니다. 고백의 메시지들만큼의 비중은 없지만, 적절한 수준의 자리매김을 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곡들의 사운드가 주는 임팩트도 크기 때문에 잦은 빈도보다 더욱 큰 자취를 남기고요.



냅의 보컬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절정을 오가는 듯합니다. 굳이 높은 영역의 멜로디까지 도달하는 곡이 아니더라도, 냅은 그 바운더리 안에서 고저를 아우르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보컬을 마음껏 내뿜고 있어요. 물론 이전의 앨범에서도 이런 잠재력(?)은 충분히 봐왔지만, [The Way I Am]에 이르러서는 뭐랄까... 일종의 '만개'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The Way I Am]은 보장된 성공작입니다. 제니퍼 냅이 아직도 무한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 가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그런 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프로듀서인 토니 맥커나니의 도움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냅의 스타일이 프로듀싱에 가려졌다고는 생각치 않아요.


적어도 [The Way I Am]은 전천후 아티스트로서의 제니퍼 냅을 잘 보여준 앨범입니다. 팬들이라면 이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겠지요.


(2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