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Michael Tait, Pete Stewart,
Kevin Max, Adrian Belew,
Toby Mckeehan & Mooki
(2001/Forefront)
많은 이야기를 할 건덕지가 있는 앨범은 아닙니다. EP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화제가 되었던 건 역시 '디씨 토크이기 때문'이었겠지요. 게다가 '디씨 토크로서' 부른 노래를 두 곡 삽입 시키려고 했던 계획도 한곡으로 -그 한곡도 이미 인터넷 팬사이트 등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U2의- "40"의 라이브 버젼으로 마무리 되었고요.
그리고나서 남는 것은 그들의 솔로 레코딩입니다. 말그대로 'Solo'죠. 그러나 남은 앨범들에서 디씨 토크의 느낌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건 디씨 토크가 세션팀이 아닌 보컬팀이기 때문일겁니다.
[dc Talk solo]는 작은 앨범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만족할만한 곡들로 채워져있어요. 대충 예상했을법 하지만, 각 멤버들의 개성적인 부분이 앨범을 장식하면서 적어도 엔간한 정규앨범 못지 않은 풍성함을 줍니다. 부클릿의 간소함따위가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그들의 솔로 활동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의외로 큰 의미를 장식하는 앨범이 될것 같은 예감도 들고요.
'Tait'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계획인 마이클 테이트의 싱글들은 무난함과 친근함을 강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테이트에게서 레니 크래비츠같은 테크닉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로니 체핀(예, 페트라의 멤버인 그 체핀), 피트 스튜어트 같은 세션들의 선있는 연주와 더불어 나름대로 그의 보컬도 잘 어우러집니다. 게다가 "Alibi"와 "All You Got" 두 곡다 매우 좋은 노래고요.
반면 케빈 맥스의 곡은 디씨 토크 노래의 연장선에서 비교하기에는 좀 난감한 느낌을 줍니다. 인도풍의 보컬로 시작하는 그 독특한 음운에 아티스트의 고뇌(?)를 노래한 "Return of the Singer"의 생소한 가사는 특히 더 하죠. 맥스가 크게 영향을 받은 U2의 느낌도 나긴 합니다만, 이런 연유로 본작에서는 제일 이질감을 갖게 하는 노래들중 하나입니다. 반면 차분한 곡인 "Be"는 편안한 느낌을 주고요. 자신의 솔로 앨범의 특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런 배합이 필수적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테이트와 맥스가 빠른 락과 차분한 발라드 하나씩을 넣은 것에 반해, 토비 맥키한은 힙합곡 하나와 하드코어에 준한 스타일 한곡이 삽입된 구성을 보입니다. 더구나 "Extreme Days"는 2001년 가을 개봉예정작인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 사운드트랙에서 먼저 선보였던 곡이기 때문에, 이 노래들만으로는 맥키한의 솔로 앨범에 대한 느낌을 크게 감지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참 좋습니다! 특히 "Somebody's Watching"은 호러영화 분위기 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유명했던 락웰 (Rockwell) 의 84년 동명곡을 샘플링-거의 리메이크 수준이긴 합니다-한 독특함을 보입니다. 물론 오리지널의 불안한고 음산한 가사의 내용은 '감시자의 시선'이 아닌 '구원자의 눈길'로 컨버젼 되었죠. 외치듯이 징징대던 메인 부분은 맥키한의 랩으로, 그 유명한 후렴 부분은 조안나 발렌시아의 게스트 보컬로 장식되었습니다. 락웰도 흑인 아티스트였던 것을 생각하면 꽤 잘 맞물리는 구성입니다.
"Extreme Days"도 훌륭합니다. 물론 사운드트랙으로 먼저 선보인 곡이긴 하지만, 말그대로 폭발하고 작렬하는 하드코어틱한 사운드는 "Somebody's Watching"과 너무나도 큰 대조를 보이면서 시원하게 앨범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작곡에 가디언의 멤버였던 제이미 로우와 데이빗 바하가 참가했네요. (이 사람들 정말 요즘에 포어프론트에서 일하는거 아닌가요? 데이빗 바하는 지난 컬렉션에서 총제작을 맡았던데...)
[dc Talk Solo]의 앨범으로서 생명력은 분명 시의성에 달려 있을 겁니다. 올해 하반기가 오면 모두 다시 본 앨범에 수록될-혹은 이미 수록된 곡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죠. 패키지의 썰렁함도 그런 것을 예상한 결과 아닐까 싶어요. (심지어 CD자체는 무슨 어컴패니먼트 트랙 음반으로 느껴질 정도로 의도적으로 썰렁하게 만든 디자인입니다.) 솔로 앨범들이 나오면 이 EP 앨범에 대한 회자는 확 줄어들게 될겁니다.
하지만 '그때가 오기까지는' 팬들에게 큰 관심의 핵으로 자리잡을 앨범입니다. 냅스터류의 P2P 프로그램을 통해 뿌려지는 MP3 파일들의 공략으로 휘청거릴 소지도 보이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건 역시 '소장가치'라는 단서입니다. 나머지는 팬들의 사랑에 달렸겠죠. 개인적으로는 만족할만한 소품이었어요.
(2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