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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Steven Curtis Chapman [Declaration]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 Steven Curits Chapman

(2001/Sparrow)




97년 앨범인 [Signs of Life] 이후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은 그의 음반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틀을 만들었습니다. 보다 더 락에 근접하여 강렬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였고, 그 선두에 기선을 제압하는 헤드싱글을 먼저 선보이는 형태의 앨범이요. 여기에는 브라운 배니스터라는 명프로듀서의 지원도 있었죠.


물론 이전 앨범들인 [The Great Adventure]나 [Heaven in the Real World] 도 이런 성향이 있긴 했어요. 그래서 구분이 그만큼 명약관화 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야기의 요지는 디스코그래피상에서 굳이 어떤 시점을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라 [Declaration]이 최근 스타일의 정형성 위에서 만들 어진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아발론의 음반들을 듣는 느낌과 비슷해요. 어떤 특별한 색깔이 없이, 앨범들을 뒤섞어 놔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전후의 앨범들이 비슷한 느낌인 그런 앨범말이에요.


물론 아발론의 음반을 리뷰했을 때처럼 지금도 혹평이 아닙니다. [Declaration] 에서도 채프먼의 실력은 여지 없이 빛납 니다. 마치 사시사철 번쩍이는 네온사인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Signs of Life]를 새로운 경향의 도입의 첫 안타로 친다면, 소포모어 컴플렉스를 잔뜩 먹었던 [Speechless]를 별 의식없이 힛트대열로 이끌었고, 기간이 좀 있긴 했지만 이 앨범에서도 연이은 클린힛트를 때린 셈입니다.


결국 [Declaration]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탄은 앨범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앨범이 연이은 힛트작의 뒤를 이어 나온 '또 하나의 힛트작'이라는 사실에 대한 것입니다. 아마 골수팬들도 많이 느끼는 듯해요. 인터넷 음반 사이트의 독자평에 가면 제일 자주 보이는 표현이 '채프먼은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일 정도니까요.



역시 그 핵은 "Live Out Loud" 입니다. 전작의 힛트 싱글인 "Dive" 와 연장선상에 놓을만한 전형적인 락싱글이지만, 이곡은 더욱 활기찹니다. 아마 개인적인 고백과 다짐의 메시지 였던 "Dive"에 비해, 모두를 일깨우는 화합과 기상의 메시지로 채워져서 그런가봐요. 이 앨범의 후반부의 코러스와 요란한 남부식 피아노 두들기기는 정말 퍼레이드라도 펼치는 듯한 생동감을 마구 보여줍니다. (실제로 앨범의 출반과 함께 "Parade Mix"라는 리믹스 버젼도 싱글로 공개되었죠)


[Declaration] 안의 몇몇 곡들은 굉장히 유사한 분위기로 묶여있습니다. 물론 슬로우 락이나 발라드, 하드한 사운드의 구분 으로 음반내의 노래들이 묶이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God is God" 이나 "This Day"의 약동하는 분위기, "See the Glory" 와 "Jesus is Life"의 일렉리프위의 요란한 락스타일, "When Love Takes You in" 과 "Savior" 의 클래시컬한 분위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앨범의 전회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멜로디의 확연한 차이가 있기에 각각의 곡들로도 좋죠. 이 곡들이 앨범의 전후에 배치되어 있는 짜임새는, 이들과 다르게 돌변(?)하는 스타일의 몇몇 곡들로 더욱 힘을 얻습니다. "Bring It On"같은 곡이 대표적이죠. 갑작스런 마이너 코드로 비장한 느낌을 실어주면서 강한 비트까지 가미한 이 노래는 트랙의 중반부에서 앨범의 무게중심을 완연히 잡아 줍니다.
 

이 중반부의 이후에도 "Declaration of Dependence"와 "God Follower" 가 후반부의 리듬감을 여전히 이어 주고요. 또 "Magnificent Obsession" 같은 곡들도 메인 발라드 싱글로 들릴만큼 감동적인 멜로디로 역시 후반부를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인 "Savior"는 전반부의 오케스트레이션 연주때문에, 전 앨범인 [Speechless] 클로징 곡인 "Be Still and Know"와 이 곡의 서두를 장식했던 연주곡 "The Journey"를 연상케 합니다. 이런 차분한 싱글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거의 채프먼 앨범의 전형 같이 되고 있네요. 사실 이 앨범에서 오케스트레이션 연주는 꽤 자주 쓰이는 편입니다.


"Live Out Loud"가 선두에서 앨범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긴 하지만, 이처럼 나머지 싱글들도 제 몫을 하고 있고, 13곡의 적잖은 트랙 들이 있음에도 구성상의 영리한 배치와 전반전인 분위기의 활발함 때문에 앨범의 지루함은 거의 느끼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Declaration] 수록곡의 메시지 들은 다분히 진취적입니다. (혹은 진취적인 느낌의 곡들이 더 전면으로 드러납니다.) 일단 첫 싱글인 "Live Out Loud"와 타이틀을 따온 "Declaration of Dependence" 같은 곡을 보면 알 수 있죠. 앨범이 전반적으로 활발한 분위기로 일관되고 있는 것도 이런 메시지와 잘 맞아 떨어지고요.


물론 가족에 대한 가치를 그의 노래에서 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맏딸인 에밀리의 권유로 입양했다는 막내딸 Shaohannah Chapman 를 위한 노래 "When Love Takes You in" 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각종 인터뷰에서도 그의 입양은 큰 이슈였기에, 이 노래도 큰 의미가 있었겠지요.


물론 큰 줄기는 찬양으로 귀결됩니다. "This Day", "Savior" 등 대부분의 곡들이 수직적인 경배와 찬양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채프먼이 워십앨범을 내지 않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만약 그가 워십앨범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의 다른 앨범들 과의 이원화된 느낌이 가사에서까지 표출되지는 않을거에요. 그만 큼 그의 한결같은 찬양의 메시지의 중심이 이 앨범에서도 잘 잡혀 있다는 의미죠.



구태의연한 표현을 빌리자면, [Declaration]은 별다른 말이 필요 없는 앨범입니다. 때로는 신나고 기운넘치는, 때로는 깊은 감동을 주는 싱글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언제나 그러하지 않았냐는 듯이 태연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고, 13곡의 트랙들은 전혀 길게 느껴 지지 않습니다.


이런 완성도의 앨범 앞에서는 전작의 힛트에 따른 부담감이니,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위한 완급한 시도니 하는 얘기는 무의미할 뿐입니다. 오히려 채프먼이 그런 경지(?)를 완연히 뛰어넘은 아티 스트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죠. [Declaration]은 2001년에 발표된 앨범들중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앨범중의 하나로 남을 겁니다.


(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