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Brown Bannister
(2001/Sparrow)
그룹의 이미지가 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적인 역량의 한계치에 다다랐을때 완연한 스타일의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요. 이럴때 성공하는 경우라면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어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먼 곳을 바라볼 필요도 없어요. [Jesus Freak] 출반후 상업적인 성과가 하늘을 찔렀음에도, 몇몇 팬들은 너무나도 완연히 바뀐 디씨 토크의 음악에 대해서 볼멘 소리로 투덜거렸던 적이 있으니까요. 음악적인 전환은 보편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결코 일반적인 선택은 될 수 없습니다.
아발론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팀입니다. 약간 어눌했던 데뷔 앨범을 제외하고 이후의 두 장, 아니 [Oxygen]까지 포함해서 이들의 앨범에서는 어떤 기복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혹자는 니키 해스먼이 탈퇴한 시점에서 이들의 전환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세리 팰리오타가 너무나도 기세좋게 해스먼의 빈자리를 메꿨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제 관점으론 [A Maze of Grace], [In a Different Light], [Oxygen] - 이 세 장의 앨범은 순서가 바뀌어서 출반 되었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Joy]는 예외로 두어야 겠죠.)
말해놓고 보니까 혹평같군요. 전제를 하나 두죠. 언제나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는 그 절정의 순간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었다는 것으로요. 그리고 두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엄청난 아티스트리의 표본입니다.
[Oxygen]도 전례에 충실한 앨범입니다. 심지어 그 구성마저도 [In a Different Light]와 비슷하기에 전작을 좋아했더라면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Oxygen]의 음악적인 완성도에 열광할 겁니다. 첫 곡인 "Wonder Why"의 한방 쏘는 듯한 스타트에 이어서 세련된 분위기의 "The Best Thing"으로 이어지는 루틴은, 마치 전작에서 "Take You at Your World"와 "In Not of"의 이어짐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변조는 좀 있어요. 하지만 구성상의 순서 뒤바꾸기 뿐이지, 대응되는 노래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I Don't wanna Go"나 "The Glory" 의 초반은 팰리오타가 리드했던 "Can't Live a Day"와 비슷하고요... 기타등등. 하지만 이 모든 느낌이 '재탕'보다는 '친숙함'으로 와닿는다는 점이 [Oxygen]이 갖는 장점입니다.
새로운 요소도 있습니다. 첫 발라드인 "By Heart, By Soul"에서 아론 네빌의 참가는 정말 신선합니다. 사실 이 곡은 네빌의 앨범 [Devotion]에 먼저 실렸던 곡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네빌의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음에도 그의 독특한 창법때문에 아발론의 노래 치고는 대단히 색다른 느낌을 주면서 앨범 초반을 이어갑니다.
"Wonder Why", "Make It Last Forever"같이 전형적인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타고 가는 곡들도 한껏 당당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The Glory", "Oxygen" 같은 곡들은 비교될 정도로 차분함을 보이고요. 뒤의 두 곡들은 참 좋습니다. 인터넷 프리세일 구매자들은 "The Glory"에 대해서 굉장한 호평을 보내더군요. 곡이 주는 감동에 있어서 "Can't Live a Day"의 뒤를 이을만한 곡이 어쩌면 이 곡일지도 모르지요.
예의 가사들도 상큼함을 보입니다. "당신은 산소와도 같습니다. 난 주님을 들이마시고, 주님을 내쉽니다. 당신은 나의 사랑. 내 인생의 목적입니다"라는 고백의 "Oxygen"은 순백색의 심플한 자켓과 더불어 함축적으로 이 앨범의 이미지를 완연하게 대변하고 있습니다. [Oxygen]의 패키징은 앨범의 음악들, 타이틀 곡의 테마와 함께 단연 발군입니다. (그런데 자꾸 '산소같은 주님'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을거 같아요. ^^; )
안정적인 음악을 보여준 만큼 안정적인 성공을 기대할 만한 앨범입니다. 차트와 2002년 도브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그런 앨범 말이지요.
늘 변함없는 그들의 모습에 다소 단조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최상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아발론의 프로정신은 우리가 늘 상기해도 될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에게 좋은 표본이 될겁니다.
(2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