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벤자민 게이트 The Benjamin Gate [Untitled]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Quinlan

(2001/Forefront)






최근 등장한 신인 그룹들의 러시중에서 벤자민 게이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된 부분이 콘서트로 나타나는데, 그 투어의 반경이 미국 바깥의 나라들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스툭훌룸, 스칸디나비아, 그들의 고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그야말로 정말 짧은 기간동안에 엄청난 층의 매니아들을 모았어요. 말그대로 'World-Wide' 스타그룹인 셈입니다.



물론 이런 성과의 핵심에 이 앨범 [Untitled]가 자리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주저없이 뿜어져 나오는 그런지한 사운드의 원색적인 향연만 하더라도 크리스천 음악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데, 여기다가 이들의 음악은 얄미울 정도로 매력적인 면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차트 액션으로는 "How Long", "All Over Me"가 인기를 끈 정도였지만, 이 앨범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균일함을 이룹니다. 게다가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을 끄는 은근함까지도 그 균일함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고요.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은 아드리엔 리싱의 독특한 보컬입니다. 크랜베리스나 가비지의 음색을 연상시키게 하는 리싱의 보컬은 그런지한 인스트루멘탈과 결합되면서 더욱 생경해보이는 스타일을 창출해냅니다.



이런것을 보면 벤자민 게이트의 음악 스타일 시도의 결과는 천국 아니면 지옥이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Untitled]를 만나는 첫 느낌도 웬지 신경을 긁는 느낌이 들 정도의 라우드함이니까요. 락매니아들에게 익숙한 고음과는 분명 다른 레벨을 갖고 있죠.


우직하다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크래칭이나 일렉 사운드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요. 이 모든 것은 분명 최근의 모던락 시류와는 분명 다른 형태의 것들이고, 팬들도 이런 스타일에 쉽게 친숙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질감의 단계를 지나게 되면 장황한 사운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멜로디,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보컬과 인스트루멘탈의 하모니가 점점 귀에 붙게 됩니다.


전반적인 사운드의 소란스러움이 슬슬 익숙해질쯤이면 "Heaven"이나 "Nightglow", "Secret" 같은 어쿠스틱 리프의 리드의 시작(그러나 곡의 중반부에선 다시 라우드 사운드로 전환되긴 합니다만)이 인상적인 미들 비트의 곡들, 그리고 후반부의 클라이막스인 "Hand"의 발라드 사운드가 앨범의 기둥으로 완벽한 발란스를 맞춰줍니다. 스타일리쉬한 나무들의 틈새에서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와 완연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숲을 보게되는 격이죠. [Untitled]는 그런 앨범입니다.



이런 사운드의 외피를 입고 있는 메시지들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사실 이는 외부장르(?)로 갈수록 나타나는 추세이기도 하죠.


"How Long", "All Over Me", "Halo", "Hands", "Heaven" 등, 전반적인 가사의 심상은 경외로움의 하나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배의 모습에 그룹 특유의 특색있는 사운드가 결합하면서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요. 메시지의 줄기가 사운드에 의해 강조가 되는 셈인데, 그 상승작용은 기가막힐 정도입니다.


리싱의 음색에 어우러져 나오는 독특한 발음들도 이 분위기에 첨가를 하고 있고요. "All Over Me"나 "Live Out Loud" 같은 곡들의 후렴부의 가사들을 리싱의 보컬과 대조하고 있노라면, 이런 식으로 가사를 읊을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가 황당스럽기까지 합니다. "All Over Me" 같은 곡의 가사가 짧은 어절을 한개의 후렴부가 지나는 동안 길게 길게 늘이는 경우라면, "Live Out Loud"는 무리하다 싶을정도의 어절의 축약과 이를 통한 단조로운 반복으로 메시지의 강세를 둡니다.



정말 독특하죠. 이런 개성적인 특색만 따라가며 감상을 해도 음반을 즐기는데는 충분합니다.


이런 수준의 그룹이 전형적인 매니아 현상을 이끄는 것은 수순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나온 새 앨범 [Contact]로 데뷔작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간의 시간이 지난후 벤자민 게이트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역할을 해낼 팀이 될지도 모릅니다.


(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