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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미셀 툼즈 Michelle Tumes [Center of My Universe]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avid Leonard

(2000/Sparrow)




미셀 툼즈의 첫 앨범 [Listen]의 성공은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졌지만, 그 이후 툼즈 자신의 역량이 다른 앨범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 경우도 많았지요.


때문에 [Listen]을 평가하면서 노심초사했던 부분- 이 앨범의 성과가 다음에도 이어질까-은 무리없이 해소되었어요. 미셀 툼즈는 그녀의 스타일이 완전히 트레이드 마크화된 아티스트입니다.


그래서 [Center of My Universe]의 새 프로듀서가 데이빗 레너드인 것도 본작의 감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이 앨범은 그저 [Listen]의 완연한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뿐입니다. 앨범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팬들이 툼즈의 다음 앨범이 이런식으로 만들어지길 원했기 때문이죠. 이보다 더 좋은 답보는 없을 것 같군요.



[Center of My Universe]는 메이저와 마이너, 비트있는 템포와 느긋한 분위기마저도 구성지게 잘 배합되어 있습니다. 수록곡중 제목마저 노골적인 "Lovely"나 "Immortal" 같은 곡들은 전작처럼 지연되는 템포의 분위기를 끌어가면서 신비로운 느낌으로 일관되는 음을 들려주고 있지요.


또 하나 앨범의 분위기를 일관시키기 위해 툼즈가 맡은 파트는 코러스입니다. 곡의 느낌에 가장 잘 맞는 코러스를 넣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작곡자 외에 더 훌륭한 사람은 없겠지요. 툼즈 자신의 백코러스는 에코잉을 이용한 광범이한 분위기이든, 끊임없이 생동하는 속삭임같은 분위기이든, 노래의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보컬의 잇점을 계속 치환시키고 있어요.


아웃 오브 더 그레이의 크리스틴 덴테도 자신들의 앨범에서 이런 방법을 구사하는 보컬이죠. 크리스틴 덴테가 독특한 풍의 보컬을 사용한다면, 툼즈의 경우는 보컬의 기교를 이용한다고 보면 되겠고요. 다만 이런 코러스 녹음이 라이브에서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노파심으로 남네요. 백보컬 파트를 사전에 녹음한 MR을 사용하지 않는 한, 라이브에서는 게스트 멤버들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이죠.


곁가지 이야기로... 96년에 아웃 오브 더 그레이의 라이브를 본적이 있는데, 당시 키보드를 담당했던 게스트 멤버가 함량미달의 보컬로 크리스틴 덴테의 필을 따라하려던 모습이 생각나는 군요. 무대는 영 아니었죠. 라이브를 본적이 없으니 툼즈는 어떤식으로 전개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Do Ya"같은 곡은 앨범에서 '유달리 튀는' 곡입니다. 가볍게 들어도 나머지 트랙과 비교하여-특히 연주면에서-남다른 비트를 들려줍니다. 앨범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주긴 하지만, 곡자체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너무 돌출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반면 비트가 있는 곡들중 앨범의 흐름을 이끄는 곡들도 있어요. 앨범 최고의 싱글로 꼽히는 "Heaven's Heart"같은 경우인데, 비트있는 연주중에도 전후의 차분한 음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죠.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는 후반부를 여는 곡인 "With the Angels"나 첫곡인 "Deep Lover", 클라이막스인 "Christe Elesion"같은 곡들을 들 수 있겠네요.


"Christe Elesion"을 클라이맥스라고 말했는데 일종의 prelude라고 할 수 있는 "Chant"와 합쳐져 절정감을 더합니다. 하지만 툼즈의 차분한 스타일 때문에 체감되는 절정감은 곡 자체보다 그 흐름에서 더 드러납니다.


앨범의 타이틀을 담고 있는 "Lovely"는 'city'나 'bells ring'같은 대목에서 도심지의 대로, 종소리의 사운드를 가미하기도 했는데, 구태의연한 방법같으면서도 무리없는 배합으로 적절한 양념역할을 합니다.



[Center of My Universe]의 가사들은 전작인 [Listen]처럼 자연친화적인 내용을 여전히 보이고 있습니다. 앨범의 전반부인 "Deep Love", "Heaven's Heart", "Lovely" 등에서 가사의 주요한 부분들이 자연물을 인용한 비유로 보여지고 있는데, 역시 툼즈의 호주출신 배경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장르의 귀천(?)은 없겠지만, 미셀 툼즈의 앨범을 들을때마다 느껴지는 경건함와 경외감을 생각하면 웬지 더 크리스천 음악다운 분위기라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엔 분위기말고도 멋진곡과 곡에 맞는 편곡, 그리고 보컬을 이끌어낸 요소들도 작용하겠죠.


아무튼 이 앨범으로 소포모어 콤플렉스를 이겨낸 툼즈의 차기작품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2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