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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다비드차 [사랑 받는 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26.


 

다비드 차
[사랑 받는 자]


produced by 다비드 차

(2012/샴스 미디어)

 

 


 

 

[사랑받는 자]는 다비드차의 첫 정규 앨범입니다. 건축을 전공했는데 작사나 작곡을 배운 적이 없이 1년여간의 작업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앨범에는 첫 앨범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치기어린 야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한된 장르 안에서 무진장 안전한 음악만 추구한 것도 아닙니다. 꽤 강렬한 락 사운드도 있으니까요. 그 가운데서 각 장르에 맞는 적절한 프로듀싱이 잘 배합 되어 있습니다. 보컬이 특별히 따라가지 못하는 스타일의 음악도 없고요. 확실히 재능이 있는 아티스트란 뜻이죠.


앨범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여백입니다. 기본적으로 빠른 곡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단순히 느린 템포가 아닌 한적한 느낌에 가까운 리듬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고, 또 비교적 반복적인 가사들, 또 성경의 컨텍스트를 그대로 차용한 가사들도 있어서 이런 느낌을 더하게 합니다. 그런 감성의 공백을 메꾸려고 허둥대지도 않고, 적절한 인스트루멘탈을 잘 채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어쿠스틱이나 현악 등의 조화들이 무리함 없이 잘 배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연주들이 꼭 협연의 형태로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곡의 초반에 솔로 플레이로 배여 나올때도 자연스럽고, 가끔은 한 곡에서 분위기의 전환도 잘 이뤄집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받는 자]는 예배 음악의 갈래에서 '묵상용 음악'이라 일컫는 음악들보다 더욱 잠잠한 묵상에 더 좋은 음악같기도 합니다. 가사 가운데서 '아버지'를 '아빠'같이 친근한 표현으로 바꾸지만 오히려 그게 더 귀에 들리기도 하거니와, 아까도 말했듯이 반복적인 가사가 배경의 느낌으로 존재하기에 좋은 음악 같거든요.


아쉬움도 있는 앨범입니다.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프로덕션 덕인지 곡의 중간에 나레이션이 들어가는 시도가 비교적 잦은 편인데, 이 파트가 좀 어색합니다. "곳간에"나 "오늘도", "기뻐하라구" 같은 곡들에서는 작위적인 느낌이 좀 도드라지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런 트랙이 나쁘다는건 결코 아니지만, 좀 더 즉흥성에 의지해서 녹음을 해도 좋았을 법합니다.


보컬의 자유로움 덕택에 곡의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에선 나름의 변주라던지 힘을 크게 뺀 보컬을 들려 주기도 하는데, 성량의 풍성함을 담은 보컬이 아니다보니 이런 변화가 오히려 곡 전체의 힘을 통째로 떨어뜨리기도 하고요. 문제는 이런 느린 템포의 곡이 앨범의 대부분이다보니 그 맹점이 수록곡 대부분에 따라갑니다.


하지만 [사랑받는 자]가 갖고 있는 어쿠스틱의 한적함과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분위기는 분명 근래에 만나기 힘들었던 감성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아쉬움들이 보강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니면 오히려 그 아쉬움이 애초부터 아쉬움이 아닌양 더욱 자신만의 음악으로 당당하게 나래를 펼친다면, 다비드차의 다음 음반은 더더욱 드물고 멋진 앨범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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