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가객 [Funny Funny CCM] (201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15.


가객
[Funny Funny CCM]

produced by Jin

(2010/두란노)





가객의 새 앨범 [Funny Funny CCM]은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두 멤버인 김영민과 이정기가 '아, 응애에요!'라는 코너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코너는 새 음반을 소개하는 코너고, 이 코너에서 오늘 소개할 새 음반은 물론 가객의 새 음반 [Funny Funny CCM]이죠.


그렇다고 뭔가 심오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성이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CD내에서 라디오 만담으로 구성된 트랙은 모두 3개입니다. 곡의 뒤부분에 이런 트랙이 붙어있기도 하지만, 대사로 채워진 트랙들을 빼도 음반 구성은 충분할 정도로 적당한 분량의 곡들이 채워진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 3개의 트랙 (그리고 뒤에 붙은 대사들)은 앨범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 [Funny Funny CCM]에는 동명의 타이틀 곡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사로 채워진 트랙들의 제목이 'Funny Funny CCM'이라고 해서 1,2,3의 일련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앨범을 소개하고 만담을 나누고 개그스러운 대사들로 채워진 트랙들이 어찌보면 앨범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죠.


그만큼 이 앨범은 노골적인 앨범이기도 합니다. [Funny Funny CCM]은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으로서 CCM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앨범입니다. 실제로 김영민과 이정기의 만담은 스크립트 없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인데도 싱거운듯 하면서 웃기고, 진부한듯 하면서도 기발합니다. 게다가 필요 이상으로 고답적인 대화도 아닙니다. 마지막에 이정기가 받아서 이야기하는 마무리도 결코 설교가 아닌, 새 앨범을 낸 아티스트의 소박한 바람과 포부입니다. 그냥 '소재'를 던지고 두 사람이 한 번 재밌게 풀어보라고 했더니 우수수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컷팅한 겁니다. 아마 이야기가 넘치면 넘쳤지, 모자라서 고민했을거 같지는 않아요. 이 대화 트랙들은 CD로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디지털 음원으로만 감상한 분들은 정말로 상당한 들을 거리를 놓친 셈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같이 이런 색채는 남성 듀엣인 위드의 이미지와도 연결 됩니다. 하지만 연상의 연결점이 있을 뿐이지 이를 독창적이라고 하기는 좀 무리일듯 합니다. 음반에서 구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공연이나 방송등에서 코믹한 만담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들은 꽤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Funny Funny CCM]이 정말 웃긴 것은 이들의 1집 앨범 [함께사는 그날]과의 대비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상생", "예수님 내가" 등 처연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의 곡들, 그리고 그 당시 유행했던 소몰이 창법이 더해주는 분위기 때문에 팀 이름 '가객'이 주는 다중적인 인상이 결국은 진중함으로 연결되었으니까요. 그런 이들이 라디오 만담을 풀어나가니 그 대비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나 오히려 이때문에 앨범을 좀 더 곱씹어 보면 아쉬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Funny Funny CCM]의 '살'을 이루고 있는 곡들은 '뼈'를 이루고 있는 만담 트랙들에 비해서 그만큼 '재미있는' 곡들은 아닙니다. 단순히 가사에서 개그스러움이 묻어나야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재미있는 CCM을 표방했다면 좀 더 예상하기 힘들고 반경을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의 향연을 들려주어도 되었을 법합니다. 그런데 느낌을 확 잡아끄는 만담 트랙 "Funny Funny CCM 1"이 올려놓은 기대치에 비해서 이어지는 트랙들 중 "Sunshine"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 -"베드로의 후회", "늘 고맙습니다", "내 모든 시험", "바람이 민다"는 너무 정색을 하고 갑자기 진지해 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이 곡들 다음에 이어지는 "Funny Funny CCM 2"에서 김영민이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네 아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곡들이었습니다."  글쎄요. 아마 대부분은 편안한 곡보다 신나고 기똥찬(?) 곡들을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곡의 안배로 이를 해소해 보면 어땠을까하는 상상도 됩니다. 중반부에 있는 "You are the Best" 같은 곡이 앞으로 가서 "Sunshine"과 붙었으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전반부의 차분한 곡들이 중반부로 가고, 중간 만담 트랙에서 김영민이 끝 무렵에 "이번엔 마음이 편안해지는 곡들을 들으시겠습니다"라고 했다면... "Yes We Can"도 통통 튀는 트랙이지만, 사실 이 트랙은 가객이 에필로그로 남기길 원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곡인거 같고요.


자, 아쉬움은 여기까지. 사실 이런 아쉬움들은 괜찮게 만들어진 곡들로 채워진 성찬에 구성이라는 숟가락 하나 더 얹기를 바라는 욕심이니까요. '예상보다는' 발라드 곡들 비중이 많은 편이고, '예상보다는' 그 배치가 전진배치(?)인것 뿐이지. 그 곡 하나하나는 정말로 잘 만들어진 곡들이니까요.


소몰이 창법대신 알앤비의 영역으로 들어왔지만 이정기와 김영민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편안하게 곡들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보컬로서 둘의 역량이 제몫을 하는데는 연주와 이를 총괄하는 프로덕션도 좋은 지원을 하고 있고요. 밝고 강한 곡은 밝은 대로, 부드럽고 잔잔한 곡은 그 느낌대로 자기 위치를 차지하는 동안, "Wanted" 처럼 테마에 맞고 진중한 트랙이 무게감을 잡고 있기도 합니다. 아까 배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서 그렇지, 에필로그인 "Yes We Can"도 하나의 트랙으로서 큰 인상을 주고 있고요.


가사까지도 진지한 고민과 궁리를 담은 노력이 잘 묻어납니다.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듯한 내용이 주되지만, 전형적인 스크립트 송이 될 것 같은 "베드로의 후회"도 이 흐름에 잘 묻어나도록 구성이 되어 있고, "Wanted"같은 곡은 그에 비해 서술적이면서 통렬한 느낌으로 대비를 이루기도 합니다. 때로는 부담없이, 때로는 진중하게 듣다보면 정말 앨범이 쉬이 흘러갑니다. 그런데도 이 앨범은 모두 10곡의 트랙입니다. 요즘 국내 CCM의 평균치에 비해서는 오히려 좀 많은 트랙인 셈인데도 말이에요.


당연히 [Funny Funny CCM]은 가객이 그들의 본령을 찾은 앨범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상생]이 노래를 잘 하는 두 사람의 조우로 이뤄낸 첫 결실이라면 이 두번째 앨범은 훨씬 더 발전한 지점에서 큰 점을 찍고 선잇기를 한 앨범입니다. 다음 앨범이 어떤 컨셉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진중하면 진중한대로 (심지어 소몰이라 해도) 아니면 Funny 하면 Funny 한대로 이들이 들려줄 음악을 기대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김영민과 이정기는 두 장의 앨범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훌륭하게 증명해 냈습니다.


■ 앨범 구입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