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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비디오 VIDEOS

캐스팅 크라운스 Casting Crowns "Slow Fade"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6.

directed by Erwin Brothers


캐스팅 크라운스의 "Slow Fade"는 요즘 CCM계의 진정한 스타 뮤직 비디오 디렉터 팀인 어윈 브라더스의 작품입니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야겠군요. 친형제인 존과 앤디 어윈, 그리고 두 명의 동료들로 구성된 이 팀은 이들 나이 10대 때부터 카메라 관련 일들을 해왔고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에서 시작해 유수의 방송사들에서 작업을 해왔습니다.

어윈 브라더스의 홈페이지 http://erwinbrothers.com


이들은 어윈 브라더스 모션 픽쳐스를 세운 이후 써드 데이, 캐스팅 크라운스, 리메디 드라이브, 그룹 원 크루, 에미 그랜트 등의 CCM 아티스트들의 뮤직 비디오 작업을 했고, 그외에 다른 일반 가수 혹은 독립 영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그래도 이들의 활동상에 체감이 가지 않는다면 올해 도브상 시상식의 '단편 뮤직 비디오 부문' 후보들을 보면 됩니다. 5개 후보 중 무려 세 편이 모두 이 어윈 브라더스의 작품이었습니다. 그 중 수상작이 바로 캐스팅 크라운스의 "Slow Fade" 였고요.


캐스팅 크라운스는 이미 "Does Anybody Hear Her?의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크리스천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 곡 "Slow Fade"도 같은 뉘앙스의 곡입니다.

쏘아붙인다기 보다는 통감하는 아픔을 전해주는 곡이죠. 물론 이는 곡에 담긴 장중함 때문이기도하고요. 그리고 이런 곡들의 뮤직 비디오 역시 그런 느낌을 잘 전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Slow Fade"는 "Does Anybody Hear Her?"에 비해서 또다른 영상 시도로 이를 더욱 극대화 시킵니다.

내용은... 남편의 부정으로 인해 깨어진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잘나가는 직장에 다니고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두 자녀가 있는 건강한 가정의 가장이 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습니다.

이를 알게된 아내는 남편에게 따지며 오열하고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어린 딸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게 내용의 전부에요.

그러나 뮤직 비디오는 결정적인 트릭을 써서 이 내용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킵니다.

이 뮤직 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내용이 거꾸로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서 시작 장면이 아기가 보는 앞에서 싸우는 부부의 모습이고 그 뒤로 역순으로 진행되는 거죠.

이 '역순'이란게 그냥 흐름이 역으로 진행된다는 게 아닙니다.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그냥 필름을 완전히 거꾸로 돌리는거죠. 사람들도 뒤로 걷고 차들도 뒤로 가는.. 그런 식이요.

장난 스러워 보이지만 "Slow Fade"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서적 인상을 안겨줍니다. 특히나 몇몇 장면에서는 이런 느낌이 더합니다. 

부정한 관계를 맺으러 갔다가 나오는 남편이 반지를 빼고 다시 끼는 장면이 거꾸로 나오는 것, 그리고 싸움으로 깨어지는 가족 사진이 다시 합쳐지는 것같은 장면들 말이죠.

하지만 장면장면보다도 큰 인상은 역시 전체적인 흐름입니다. 파탄난 가정의 모습을 역순으로 보여주는 이 뮤직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함께하는 가족들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귀여운 막내 딸입니다. 나머지 가족들이 전체의 흐름에서 순간순간의 상황에 끌려가는 듯하지만 이 딸은 마치 모든 것을 관망하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한 기색이 어려있거든요. 

순전한 영혼이 -노래 가사처럼- 서서히 물들어가는 어른들의 부정함에 어떻게 상처를 받는지를 보여주는거죠. 

결국 마지막 장면은 예배를 마치고 다함께 나오는 가족들의 모습이지만 그 뒷끝은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윈 브라더스의 공력은 말끔한 영상이나 소품에서 효과적인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가족들 가운데 큰 아들의 장면들이 뭔가 사족같은 느낌을 줍니다. 부모의 선택이 파국으로 치닫는 동안 아들 역시 방황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가족 구성원의 몰락을 보여주고자하는 의도였겠지만, 역순으로 보여져서 안그래도 조금 혼란스러운 흐름에 아들의 모습까지 나오니까 더욱 복잡해 지거든요. 그것도 초반에 잠간 나올 뿐이고. 차라리 과감히 아들의 이야기를 쳐내고 남편의 이야기에 더 포커스를 맞춰도 좋을 법 했어요.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소소한 것일뿐. "Slow Fade"의 뮤직 비디오는 캐스팅 크라운스의 캐리어에 걸맞는 멋진 뮤직 비디오입니다.

물론 그 뒤안에는 그 누구도 이 이야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도 담겨있죠. 

그렇기에 이 뮤직 비디오는 단순한 미장센 뿐만 아니라 관통하는 메시지의 뚜렷함에 있어서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