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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비디오 VIDEOS

브룩 프레이져 Brooke Fraser "Shadowfeet" (200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7.

director : TWiN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아티스트. 적막 속에 전주 없이 노래가 나직하게 시작됩니다. 화면을 뚜렷히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던 중 첫번째 후렴이 시작되자 아티스트의 얼굴이 다른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고, 계속 노래는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으로, 또 다른 사람으로, 계속 이런 화면이 이어지면서....


브룩 프레이져의 "Shadowfeet" 뮤직 비디오의 구성은 결코 낯설지가 않습니다. 뮤직 비디오 역시 수십년 가운데서 많이 차용되어 왔던 기법이죠.

뭐가 있을까요... 이런, 갑자기 뮤직 비디오의 사례가 무엇이 있었나 가물가물해지는군요.

엉뚱하게 영화의 한 장면이 먼저 생각나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매그놀리아]의 마지막 장면이요. 에이미 만의 노래 "Wise Up"을 극중 캐릭터들이 번갈아가면서 부르는 장면이었죠.


사실 극적 효과는 (아무래도 그때까지 따라온 스토리가 있으니까) 영화에서 쓰이는 것이 체감도가 더하겠지만, 사실 이런 구성은 천상 뮤직 비디오에 더 어울립니다. 함축적인 묘가 있다고나 할까요.


말 나온김에 비교를 하자면 "Shadowfeet"의 뮤직 비디오는 [매그놀리아]에서의 "Wise Up"보다 (유튜브에서 이 영상은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훨씬 바쁘게 움직입니다.

고정된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작위로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바쁘게 '몰아치죠'.


화면 전환의 리듬감이 있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일정한 속도만으로 인물이 바뀌는게 아니라, 보컬의 흐름과 약간의 쉼에 따라서  인물 전환의 타이밍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지리할 수 있는 구성에 약간의 변주를 주는 것이죠.

아주 즐겁게 플롯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뮤직 비디오는 아니지만, 보는 재미도 만만찮게 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뮤직 비디오에서 쉽게 알아채릴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들의 등장이라고 하니 스위치풋의 뮤직 비디오 "We are One Tonight"의 마지막 장면도 생각 나는군요.
 
스위치풋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등장은, 그 모두가 하나되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곡 자체가 그런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Shadowfeet"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미지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동일한 고백의 연결이기도 합니다. 공감대의 점과 점을 선잇기로 그리는 셈이죠.

이는 감독을 맡은 TWiN이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모두가 같고, 또 다른 사람들"임을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Shadowfeet"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인종이나 연령대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세히 보면 사람들의 '스타일'도 무척 차이가 나죠.

단정한 외모에서부터, 스포티한 차림, 요란한 메이크업이나 피어싱을 한 사람도 있고요. 이런 부분에서는 분명히 '제각각의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한 곡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고요.


방금 전 언급한 스위치풋의 "We are One Tonight"과 비교하자면 "Shadowfeet"의 뮤직 비디오는 상대적으로 기술이나 테크닉은 떨어지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끈끈한 공을 들여 만들어진 화면에는 시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촬영장소로 사용된 시드니의 도시의 바쁜 풍광조차도 정적으로 느껴질 정도죠.

브룩 프레이져의 노래의 분위기도 이를 잘 수렴하고요. 브룩 프레이져는 이 작품 외에도 (신인치고는) 비교적 뮤직 비디오를 많이 만든 편이죠. 전반적으로 좋은 영상들이었지만, 총괄적인 완성도를 말하자면 "Shadowfeet"의 뮤직 비디오가 으뜸입니다.  노래를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상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