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 Randee St. Nicholas (1999/Sony)
예. 97년 버젼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1999년 미라맥스 영화사는 신인감독 로버트 아이스코브의 영화 '쉬즈 올댓 (She's All That)'의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꽃미남 배우인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와 신인인 레이첼 리 쿡이 주연을 맡은 영화였고, 케빈 폴락, 매튜 릴라드, 안나 파퀸 등 출연진도 탄탄했어요.
제작사는 이 영화의 주제가로 식스펜스 넌더리쳐라는 생소한 이름의 그룹이 부른 "Kiss Me"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노래의 하늘하늘한 느낌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리스의 '퓌그말리온' 신화를 현대의 고등학교로 무대를 바꾸어 만든 이 영화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미국 영화계에 불던 틴에이지 코메디의 계보를 잘 이어갔다는 평을 들었지만, 그 성공치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극중 여주인공인 레이니가 파티장에 가기위해 '대변신'을 하고 내려오는 장면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의 인상에 깊이 자리를 잡았죠.
이후 엔드 크레딧에서도 한번 더 흘러나온 이 곡은 순식간에 대중들의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잘 아시는 대로에요. 영국 황태자 결혼식 러브송으로, TV 시리즈인 '도슨의 청춘일기 (Dawson's Creek)' 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점령... 기타등등.
미라맥스는 (그 당시에) SNTR의 일반 배급을 담당한 소니뮤직의 지원을 힘입어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이미 앨범 프로듀서였던 스티브 테일러가 감독한 버젼이 하나 있긴 했지만, 영화의 홍보를 위해 또 하나가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매니아들 사이에 '미라맥스 버젼' 혹은 'MTV 버젼'이라고 명명된 이 두번째 "Kiss Me" 뮤직비디오가 만들어 졌습니다.
일단 라인업 보강후 만들어진 비디오라 션 켈리와 저스틴 캐리가 가세한 5명으로 밴드 구성이 보여집니다.
더 재밌는 것은 영화의 두 주인공인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와 레이첼 리 쿡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리' 내시와 레이첼 '리' 쿡은 외모까지도 사뭇 닮아 보입니다.
내시의 블론드 머리와 쿡의 흑발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비쥬얼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데, 두 사람은 정말 이 뮤직비디오에서 '예쁘게' 나와요. (더 정확히 말하면 '예쁜척'을 하려고 애를 쓰는거죠. 밑에서 위쪽으로 아즈라이 쳐다보는 시선처리하며...)
강변의 벤치 위에서 지극히 한가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랜디 니콜라스의 연출은 스티브 테일러의 흑백버젼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음악과의 조화를 이룹니다.
물론 이것들도 다 세트였으니 연출력만으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겠지요. 프로덕션 디자이너들과 조명까지 모두 제 몫을 했어요.
여기에 핸드헬드의 불안정한 구도와, 갑작스런 클로즈업, 빠른 화면 넘기기 등 MTV 감각특유의 리터칭도 있지만 과도한 정도는 아닙니다. 아예 없어도 될 뻔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평이한 분위기에 다소의 변박을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함이었겠지요. (특히 멤버들의 '뽀뽀 장면'은 귀여웠어요.)
세련된 미술과 연출력이 음악과 짝 맞아 떨어지는 화면을 보여준 뮤직비디오임에는 사실이지만 덕분에 테일러의 97년 버젼이 너무 일찍 가리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남긴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크리스천 팬들에게 2년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 달라진 모습의 SNTR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겁니다. 아무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묘하게 편해지고, 또 흐뭇해지는 작품이에요.
(2002/10)
PS : 이 뮤직비디오는 "Kiss Me"가 빌보드 등극을 하던 99년 즈음엔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 끊임없이 나왔었죠. 하지만 혹시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쉬즈 올댓' DVD의 스페셜 피쳐 섹션에 보너스로 담겨 있으니 참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