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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크리스 라이스 Chris Rice [Short Term Memories] (200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onroe Jones, Tom Laune & Don Donahue

(2004/Rocketown)





많이들 느끼는 점이겠지만 크리스 라이스의 음악은 호오가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특히나 아주 투명하고 얌전했던 첫번째 앨범 [Deep Enough to Dream]을 떠올리면 좀 더 개성이 철철 넘치는 음악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부합하는 음악은 아니었죠. 이때 까지만 해도 라이스의 가장 큰 강점은 작곡가 출신다운 좋은 노래와 비유가 살아있는 가사정도 였어요.


그래도 두번째 앨범인 [Past the Edge]부터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트가 있는 사운드가 꼭 개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때부터 뭔가 뚜렷해지기 시작했죠. 게다가 10여년간 수련회를 전전하며 활동해온 경력은, 듣는 이들을 휘어잡는 무언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고요. [Smell the Color 9] 부터 그 뚜렷함은 넘쳐 흘러서 표면위에 고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앨범과 음악이 뚜렷해지는 과정 가운데서도, 라이스는 여전히 투명했습니다. 그의 홈페이지(http://chrisrice.com)를 보세요. 내용은 비교적 알차지만 메이져 음반사 아티스트의 홈페이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구성이 헐렁하죠. 마치 라이스의 느낌을 반영하는 듯해요. 내용은 진하지만, 외양적인 인상에서는 그냥 설렁설렁해 보이는 그런 느낌말이죠.



그래서 7년차 컬렉션인 [Short Term Memories]에서도 귀에 들어오는 것은 그가 작곡했던 "Go Light Your World" 같은 노래의 리메이크 입니다. 개성있는 보컬이었던 캐시 트로콜리의 버젼을 정말 '평이하게' 리메이크한 이 앨범의 버젼을 듣노라면 정말 묘한 기분이 듭니다.


역시 트로콜리가 먼저 부르고 라이스가 리메이크했던 "Hellelujah"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딱 그 느낌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라이스의 리메이크 버젼은 트로콜리의 원곡과 비교해서 절대적인 우위의 느낌을 갖고 있지는 않거든요.


역시 그의 음악 색깔처럼 호오가 갈리긴 하겠지만, 어떤 경우이든 이 곡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Go Light Your World"라는 노래가 갖고 있는 네임밸류입니다. 이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또 다른 신곡 "Mama Prays"는 컬렉션의 신곡으로서 부각은 크게 되지 않습니다. 노래는 좋지만 그냥 여벌의 노래를 한곡 듣는 그정도 느낌이에요.



선곡된 노래들은 대충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셀렉션들입니다. 많지 않은 앨범들 가운데서 신곡을 제외하고 15곡이 셀렉션 되었으니 비중도 균등하고요. 게다가 "Clumsy"같은 곡은 라이브 버젼으로, "Untitled Hymn (Come to Jesus)"같은 곡은 어쿠스틱 버젼의 리메이크로 재수록해서 앨범의 흐름에 변주도 주었고요.


(사실 "Untitled Hymn (Come to Jesus)"의 리메이크는 원곡과 비교해서 그다지 큰 차이는 안느껴집니다. 나름대로 새로운 전환이었겠지만 오십보 백보같아요.)


별로 좋은 소리를 많이 못늘어 놓은 듯하지만 그래도 [Short Term Memories]는 듣기에 즐거운 컬렉션입니다. 컬렉션의 무게가 신곡보다는 리메이크나 새롭게 공개된 트랙들에 더 지워져 있긴하지만요. 하지만 여기에 비중을 둔 컬렉션이 꼭 나쁠건 없죠. 노래자체는 정말 좋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런 점이 더 컬렉션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죠.


(2004/10)


PS : 자켓은 라이스의 첫 앨범 [Deep Enough to Dream]의 자켓 사진을 그린 그림입니다. 커버 아트로 자주 등장하는 기타리스트인 지미 어벡의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