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Monroe Jones, Margaret Becker
장르로만 말하자면 지니 오웬스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한마디로 인스퍼레이셔널+팝이죠.
그럼에도 우리는 지니 오웬스의 음악에서 장르를 뛰어넘는 개성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는 모종의 다양한 요소가 녹아 있기 때문이죠. 처음 두 장의 앨범을 탄탄하게 받쳐준 몬로 존스의 섬세한 프로듀싱이라던지... 물론 제일 큰 공을 세운것은 장르의 반경 안에서 자유로움을 한껏 발하는 오웬스 자신이었죠. 오웬스의 보컬은 프로듀싱보다 충분히 앞서 있었습니다.
이전의 앨범들에서 재즈나 라운지 음악의 내음을 풍기는 오웬스의 보컬은 일종의 전매특허나 다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보컬들은 어느정도 스타일의 후방에 가리워져 있었죠. 하지만 세번째 앨범 [Beautiful]에서는 오웬스 보컬의 자유로움이 전면으로 나섰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이전 앨범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닙니다. 노래 한곡 한곡에서 이런 요소를 집어내기도 쉽지 않고요. 사실 보컬의 자유로운 느낌은 [Beautiful]이라는 앨범의 '전체'에서 드러납니다.
저는 지금 보컬의 자유로움이 두드러진다는 표현을 장점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점은 앨범의 단점에 의해 더욱 빛이 납니다.
[Beautiful]은 지니 오웬스의 처음 두 앨범과 비교해서 비트나 하모니의 고저가 제한된 지루한 앨범입니다. 특히 미드템포의 흐름에서 별로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고요. 한장의 앨범을 평가하는 - 어느정도 객관적인 - 느낌에서 첫 귀에 확 들어오는 그런 앨범은 아니죠.
그럼에도 위에서 이야기했던 요소들 - 적재적소의 인스트루멘탈을 동원한 프로듀싱과 리듬과 하모니를 잘 타는 오웬스의 보컬 - 은 아주 넉넉하게 앨범의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특히 오웬스의 보컬은 여전히 큰 수훈감입니다. 그녀의 보컬에는 7옥타브, 8옥타브가 올라가네 뭐네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히스테릭한 디바들이 놓치기 쉬울만한 감각이 담겨있어요.
노래들이 전반적으로 큰 음역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컬이 유기적으로 노래들을 리드를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죠. 물론 보컬의 특성을 잘 맞추어낸 최초의 작곡 단계서부터 이런 감각적인 창조 작업이 시작 되었겠고요.
그 결과 [Beautiful]은 듣다보면 맛깔스러움이 느껴지는 매력이 담긴 앨범이 되었습니다. "Call Me Beautiful", "Ordinary Day" 같은 평범한 트랙들도 듣다보면 이끌림이 생기고요. 아마 개인차들이 있겠죠. 그래도 결론은 이 앨범 전체가 시간을 두고 감상할 만한 앨범이다라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물론 중심축도 있습니다. 마가렛 벡커가 작곡/프로듀싱을 맡은 "New Song" 이죠. 오웬스의 리믹스 앨범인 [BluePrint]부터 시작된 인연으로 이번 앨범에서 작업을 한 듯한데... 정말 마가렛 벡커, 요즘 몇번씩이나 다시 보게 되는군요. 벡커 자신도 훌륭한 아티스트이지만, 다른 사람의 앨범에서 이처럼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New Song"은 이 노래 하나로도 지니 오웬스의 음악 스타일의 간략 요약이 될만합니다. 느긋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고, 흥겹지만 한편으로는 차분한 상반된 느낌이 노래 하나에 가득 담겨 있어요. 이렇게 한 아티스트의 느낌에 잘 맞아 떨어지는 음악을 만들어준 벡커의 역량은 정말 대단합니다. 물론 오웬스가 잘 부른 탓이기도 하겠죠.
너무나 뻔해보이는 일상성에서 소소한 감사와 생동감을 찾아내는 가사는 여전합니다. 시처럼 계속 '나를 아름답다 하신 주님'을 되뇌이는 "Call Me Beautful"같은 가사는 정말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모든 노래들이 이런 패턴이에요. 아주 기발하거나 기막힌 비유나 묘사가 있지는 않아도, 그 뻔한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소박한 새로움을 찾아내죠. 그리고 이런 가사가 지니 오웬스라는 가수의 음악에 제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요.
[Beautiful]은 CCM 계를 뒤흔들 명작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웬스의 음반에서 이런 엄청난 느낌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겠죠. 여전히 그녀는 지니 오웬스입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해진 구성이 다른 느낌을 주지만, 여전히 그녀다운 개성으로 다른 부분에서 앨범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더 바랄게 없겠죠.
(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