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Pete Kipley
(2004/INO)
크리스천 음악신에서는 모던 워십으로 소개되고 있는 머씨미이지만, 실제로 이들의 음악은 컨템퍼러리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애초에 장르나 음악 특성으로 이들을 모던 워십으로 구분했던건 아니니까요. 저보고 구분하라면 '예배의 마인드를 담은 지극히 대중적인 CCM'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 [Undone]에서는 그런 색채가 더 두드러지는 듯 합니다. 특히 이들의 음악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들의 뉘앙스도 유달리 두드러지고요. "In the Blink of an Eye" 같은 곡을 들어보세요.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이나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팀이긴 하지만- 캐스팅 크라운스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지 않습니까? 그러니 스티븐 채프먼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그룹의 음악에다가 모던 워십 보다는 대중 CCM이라는 레이블을 붙이는 것도 아주 어긋난 시도는 아니죠.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Undone]의 노래들은 머씨미의 전작들보다 더 세련됨을 보입니다. 세션이 한명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이라고는 확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요. "Everything Impossible"에서의 리드미컬한 기타의 연주부터 "Keep Singing"의 중량감있는 피아노 연주, 이 모든 것을 커버하는 바트 밀라드의 보컬... 작곡이나 연주, 편곡 여러면에서 더욱 정교해졌어요. 이것만으로도 [Undone]은 수작입니다.
머씨미의 음악을 듣다보면 '적용'이라는 의도로 표출되는 예배의 메시지를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에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보여집니다. 대놓고 말해서 메시지 조차도 지극히 개인적이죠. 아까 음악적인 비교를 했지만, 캐스팅 크라운스의 앨범 곡명들과 [Undone]의 곡명들을 비교해보세요. '비유'와 '적용'에 있어서는 머씨미의 노래들이 더 왕성합니다.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짧은 편이지만, 후렴이 반복이 거의 없고 한컷으로 가사 자체가 에픽같은 플롯이 되어 있는 구성이 많죠. 특히 "Homesick"은 그들의 메이져 첫 앨범 [Almost There]의 "I Can Only Imagine"을 연상케 합니다.
키보디스트인 짐 브라이슨의 아버지, 바트 밀라드의 삼촌과 처남이 이 앨범 작업중에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 노래는 이들의 애도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장미와 최고조에 이르는 밀라드의 보컬은, 다소 도식화 된듯한 '본향'을 그리는 내용의 메시지에 새로움을 부여하며 앨범의 작은 클라이막스를 장식합니다.
마지막 곡인 "Keep Singing"도 참 밴드의 개인적인 느낌이 와닿는 가사입니다. 짧은 기간동안 단숨에 오른 정상의 자리에서 완전히 지쳐버린 밴드의 사역을 회고하면서도 '내 심장을 뛰게 하시는 분이기에 당신을 찬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내어놓는 은근한 고백은, 인간적인 공감대 그리고 사역에의 의지를 공통으로 동감하게 해주거든요.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이 앨범에서는 빠른 진행의 노래들이 더 들어옵니다.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위에서 말한 정교함과 세련됨이 더 두드러지거든요. "Everything Impossible", "In the Blink of an Eye", "A Million Miles Away"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탄탄한 메시지들 못지 않게 음악적인 발전이 머씨미 음악의 큰 축을 삼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런 발전상이 빌보드 첫주 12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데 결정타 역할을 하기도 했겠죠. (도브상 수상도 물론이고요.)
전체적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보이긴 하지만, 차트에 오르고 있는 "Here with Me"나 "Homesick" 혹은 "Undone"같은 노래들에게 이전 앨범들의 싱글만큼의 임팩트를 기대하는 것은'아직까지는' 무리같아 보입니다.
그래봤자 상대적인 거죠. 아직도 '밴드를 대표하는 명곡'을 따졌을때 머씨미는 "I Can Only Imagine"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났을때 [Undone]의 노래들이 재평가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쨌든 소포모어 컴플렉스 없이 꾸준하게 돈독해지는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Undone]은 머씨미의 팬들에게 아주 중요한 앨범이 될 것입니다. 세번째 앨범쯤 된다면 오히려 밴드에게 필요한 것은 노래보다는 음반의 완성도일테니까요.
(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