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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위치풋 Switchfoot [The Beautiful Letdown]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hn Fields & Switchfoot

(2003/Sparrow)





크로스오버의 완벽한 성공 이후 밴드의 모습이 어엿해 보였을지는 몰라도, 사실 스위치풋이 처음부터 대성할 만큼의 싹을 보였던 팀은 아닙니다.


일단 그들의 데뷔 레이블 조차도 실험적인 음악을 위주로 하는 찰리 피콕의 제작사인 리씽크였죠. 그들의 데뷔초기 음악은 원숙함과도 거리가 다소 있는 편이었고요.


그렇다면? 일취월장을 한거죠. 그러다가 바로 전앨범인 [Learning to Breathe]에 이르러서 스위치풋은 밴드 고유의 영역을 완전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대중적인 어필을 위한 첩경이 되는 [A Walk to Remember]의 사운드트랙 참가가 있었고요. 실력의 성장과 좋은 기회가 적절한 시기에 만난거죠.



음반을 접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 Walk to Remember]의 사운드트랙은 그야말로 스위치풋의 역량을 마구마구 펼쳐놓는 커다란 장이었습니다. 모두가 기존 발표곡이라는 아쉬움이 있긴했지만 (그래도 리더인 조나단 포어맨이 참가한 신곡도 한곡 있었어요), 한장의 사운드트랙에서 한팀의 노래를 무려 4곡이나 수록했다는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었죠.


특히 주제가 역할을 한 "Dare You to Move"가 남긴 인상은 엄청났고요. 적어도 사운드트랙을 들어본 일반 음악팬들에게는 최소한 이 노래를 불렀던 신인그룹 정도의 이미지는 충분히 각인시켜 놨었죠.



[The Beautiful Letdown]은 [Learning to Breathe]보다는 [A Walk to Remember] 사운드트랙을 잇는 프로젝트 같습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크로스오버의 정점에 쐐기를 박는 그런 앨범말이죠. "Dare You to Move" 같은 곡이 재녹음 (재수록이 아닙니다.) 되었다는 점도 그런 느낌을 더하고 있고요.


물론 스위치풋이 이런 시도에 대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팀임은 물론입니다. [The Beautiful Letdown]은 그들의 이전 앨범 3장에 비해 훨씬 잘 만들어진 앨범이니까요. 메인스트림에서의 성공이 어느정도의 부담감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자극이 된 셈입니다.



일단 "Meant to Live", "More than Fine", "Gone" 등 힛트 싱글들이 고루 양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힛트작의 반열에는 충분히 올릴만 합니다. 하지만 힛트싱글들의 그늘에 가리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울만한 곡들도 빼곡히 채워져있어요.


앨범의 전반에 걸친 곡들은 템포나 비트, 인스트루멘탈 측면에서 다양함을 보이지만 실험적인 느낌보다는 원숙미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Ammunition" 같은 노래 시작부분의 피아노 연주라던지, "Adding to the Noise"의 후렴 직전의 묵직한 키보드 연주는 곡자체에서 살아있는 리듬감을 줍니다. 펑크 느낌의 빠른곡들은 하모니나 멜로디 측면에서 아주 무난한 코드 진행을 따라가지만, 이런식으로 새로움을 조금씩 입고 있죠.



미드템포의 노래들도 나름대로 스위치풋의 개성에 수렴됩니다. 오히려 곡의 인상만으로 따지면 빠른 템포의 노래들보다도 더 두드러져요. 일렉리프를 독특한 비트에 맞춘 "Gone"같은 노래는 특히 멋지구요.


후반부에 몰려있는 느린템포의 락 발라드들 또한 좋습니다. "The Beautiful Letdown"이나 "On Fire" 같은 곡들은 연주의 점차적인 첨가로 비장미를 풍기고, "Twenty-Four"에서는 연주의 최소화와 보컬의 역할을 대비시키면서 나름대로 분위기 전환을 시키고요. 물론 이 모든 핵심의 큰 부분은 조나단 포어맨의 보컬이 맡고 있죠. 포어맨의 보컬은 자신만의 개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곡의 분위기는 잘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전 음반들에 비해 이펙트로 들어가는 사운드도 유별나게 많은 편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덧대어진 사운드가 아닌 전체적인 흐름에 잘 맞아가는 효과로 들리는것 또한 기량이 성장한 일면을 보이는 증거겠죠.



[The Beautiful Letdown] 가사들의 주된 테마는 '물음'입니다. 특히 전반부의 곡들 "Meant to Live", "This is Your Life", "More than Fine" 같은 곡들은 일상성에 근거한 인생의 스케치를 보여주며 그 한계성을 지적합니다. 이런 중간에 "Dare You to Move"나 "Redemption" 같은 곡들을 통한 구원의 모습을 붙잡는 암시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엿보게도 하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는 가사는 "Gone" 였어요. 노래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풍자의 내용은 넉넉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고 (앨범중 가사가 제일 긴 곡입니다) 그만큼 듣기에 '즐거운' 노래더군요.



[The Beautiful Letdown]은 데뷔때부터 꾸준히 상승한 스위치풋의 기량을 증거해주는 또다른 예가 될 명반입니다. 물론 발매직전에 크로스오버의 성공이라는 또 하나의 이벤트적인 잣대가 있었지만, 이런 후광을 꼭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 앨범의 완성도는 높게 평가받아 마땅해요.


(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