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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샌드타운 Sandtown [Based on a True Story]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Steve V. Taylor, Alvin Richardson & Todd Collins

(2003/Gotee)





간략한 역사소개부터. 볼티모어의 흑인 거주지역인 샌드타운은 문화적으로 R&B를 비롯한 흑인음악계의 거성들이 잠시 머물다 떠난 명소였습니다. 1960년대, 볼티모어의 제강산업이 침체일로로 들어서면서 경제파탄을 맞아하기 전까지 일종의 작은 모타운 역할을 한 곳이었죠.

치명적인 실업률로부터 시작된 샌드타운의 쇠락을 구원해준 것은 해비태트 운동이었습니다. 선교단체와 해비태트 단체의 도움으로 다시 재건된 샌드타운은 이후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게 되었죠.



샌드타운의 데뷔앨범 [Based on a True Story]는 음반을 듣기도 전부터 이곳의 특징과 역사를 특출나게 드러내는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당연하죠. 팀이름이 바로 이 지역의 이름이고, 앨범 제목이 '실화에 근거한'으로 붙여졌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실상 [Based on a True Story]의 레퍼터리들이 세세한 역사의 흥망성쇠를 기술한 산문적인 가사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8,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보컬을 맡고 있는 앨범이니 역사를 질곡있게 다룬 가사가 나오는건 별로 안어울리죠.


결국 샌드타운의 역사를 눈여겨 볼 수 있는 길은, 앨범자켓에 담긴 빼곡한 가사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부연설명들을 통해서 뿐입니다. 음반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샌드타운의 역사를 다뤘다기 보다는, 그 역사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말하는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경외로움, 감사, 고백... 그리고 여러가지 바램들같은 심상말이죠.


역사 안에서 샌드타운의 거주민들이 느꼈던 심상들은 지극히 단순하게 표현됩니다. 앨범내의 곡제목들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나죠. 아주 간단하고도 명료합니다.


어찌보면 아이들이 이런 노래를 부른 것은 당연합니다. 그야말로 샌드타운 주민들의 미래와 꿈을 담고 있는 아이들일테니까요. 음반을 제외한 부가적인 컨셉이 서술적으로 샌드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아이들은 음반을 통해 그 사이사이에서 우러나오는 영적인 느낌을 심화시키는 셈이죠.



그렇다고 '그룹' 샌드타운이 그저 상징성이나 계몽성이 담긴 노래를 부른 합창단 수준은 아닙니다. [Based on a True Story]에 담긴 음악들은 그 분위기 만으로도 샌드타운 거리의 느낌을 짙게 풍기니까요.


갖춰지지 않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화음들은, 빈틈없는 정갈함으로 다져진 교회 합창단의 화음과는 또 다른 치밀한 면모를 보입니다. 샌드타운이 R&B의 거리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단순히 흑인 R&B의 영역에서 보이는 특징만으로도 규정짓기 힘듭니다. (멤버전원이 흑인들도 아닙니다. 백인들도 두어명 있어요.)



사실 즉흥성있는 화음은 앨범을 산만하게 만들 소지가 있죠. 이런 부분을 커버해주는 것은 리드보컬들이고, 이 앨범에서 리드보컬들은 그야말로 제역할들을 더할나위 없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이 리드보컬을 맡았으니 그 중심점이 탄탄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총체적인 보컬의 앙상블은 그야말로 리드미컬하게 진행됩니다.


(아웃 오브 에덴의) 리사 킴미나 이스라엘 휴턴, 카티나스 등 R&B에 근접한 스타일로 리드하는 경우도 있지만, 토비맥의 "Part of Me" 처럼 힙합의 기반을 이루는 랩, 마이클 W 스미스처럼 전형적인 어덜트 컨템퍼러리 사운드까지 넘어가면서 다양성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요. 스미스가 리드한 "Pride (in the Name of Love)"가 U2 노래의 리메이크라는 점도 이를 증명해주죠. 물론 원곡의 색채는 많이 변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 앨범을 R&B 매니아들의 고유한 필청목록으로만 두기엔 아깝습니다. 오히려 키즈 프레이즈라던지 어덜트 컨템퍼러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즐길만한 앨범이에요.



샌드타운이 아티스트 활동으로서 계속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워낙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팀이니 멤버들의 지속적인 보강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앨범활동으로는 사정이 다릅니다. 앨범에서 게스트 보컬들의 위용이 너무나 컸던 탓에 다음 앨범에서도 이런 부분이 계속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기야 기획력만 탄탄하다면 다음 앨범에서도 같은 구성을 보지말란 법이 없죠. 우리가 이 앨범에서 주목한 점은 게스트 보컬들의 네임밸류였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샌드타운 아이들이 앨범의 (게스트 보컬까지 포함한) 요소들 하나하나와 맞춰간 발란스였으니까요.


게다가 훈련만큼이나 감각적인 부분으로 체득한 발란스가 쉽게 사라질거 같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어떤 컨셉으로 이어지든, 샌드타운의 다음앨범은 충분히 기대해볼만 할 겁니다.



(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