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ars of Clay
[The Eleventh Hour] 출반직전 제일 가는 화제는 역시 멤버들 간의 자체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들의 자체 프로듀싱이 화제거리는 될 지언정, 기대치를 높일 만한 이야기는 되지 않을것 같아요.
물론 그들 최고의 힛트앨범인 [Jars of Clay]가 이 앨범처럼 자체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단서가 있긴하지만, 정작 그 앨범의 색깔을 전면으로 드러내준 곡들이었던 "Flood"나 "Liquid"는 에이드리언 벨류가 프로듀싱했으니 [The Eleventh Hour]와의 연관성을 그다지 깊게 연결시키기가 힘들죠.
결국 이 앨범을 향한 순수한 기대치는 부가적인 제작배경보다는, 7년여동안 꾸준히 히트작들을 이어온 크리스천 밴드의 신작이라는 원론적인 부분에서 비롯됩니다. 마케팅 파트야 무언가 내걸어 놓을 카피가 필요했겠지만, 팬들까지 여기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죠.
뒤늦은 리뷰의 뒷북이기도 하지만, 그룹자체가 워낙 수퍼스타이기때문에 이들의 음반에 대한 파악은 출반과 따라온 수많은 들뜬 이야기들이 다소 가라앉은 뒤에 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The Eleventh Hour]의 전반을 흐르는 느낌은 '무난함'입니다. 하기야 '무난함'이란 것이 자스 오브 클레이라는 팀이 주는 느낌 바로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만, 이 앨범에서는 더 전면으로 드러나는것 같아요. 눈에 띄는 힛트싱글의 임팩트가 쎄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곡들은 비교적 균일한 친근감을 줍니다.
이 친근감은 앨범에 대한 감상이 어느정도 무르익었을때 더욱 와닿습니다. 얼터너티브 스타일이 갖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The Eleventh Hour]는 JOC의 여느 앨범들에 비해 이런 느낌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만약에 앨범의 컨셉이 이런 방향을 꾀했던 것이라면, 그위로 쏟아진 평단의 격찬들은 결코 과찬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상업적 성과의 가능성을 떠나서 이 앨범은 정말 세심하게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또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무난함'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던 각각의 곡들의 스타일이 살아납니다. "Disappear", "Whatever She Wants", "Fly", "Revolution" 같은 강한 비트의 곡들, 그리고 "Something Beautiful", "These Ordinary Days", "Silence" 처럼 어쿠스틱 사운드에 근저한 차분한 싱글들이 양쪽에서 큰 기둥을 이루고 있으면 "I Need You", "The Edge of the Water", "Scarlet" 같은 중간 비트의 곡들이 이 사이를 채우는 격이죠.
대부분의 가사들은 2인칭의 화자에 대한 전언으로 진행됩니다. 그야말로 앨범 대부분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어요. 또다른 부정의 유혹과 악을 '그녀'라는 3인칭으로 끌어온 "What ever She Wants"같은 곡은 정말로 독특한 경우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I Need You"처럼 그 대상이 하나님을 향한 곡들도 있습니다. 특히 구원의 기다림을 노래하는 타이틀 곡인 "The Eleventh Hour"같은 경우에는 가사가 CD 트레이의 투명케이스 안에 따로 쓰여져 있죠. 마치 이런 구원에 대한 갈급함을 말하는 가사가 이 앨범의 주제로 드러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충분히 JOC의 팬들의 기다림에 답지할만한 앨범입니다. 그러나 그 매력을 크게 느끼는 시기까지 듣는이들을 쥐락펴락할 싱글이 부족한 앨범인건 사실입니다. "I Need You"는 분명 전작의 "Unforgetful You"나 "Crazy Times"만한 곡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처음 듣는 '부담스런 무난함'때문에 앨범의 진가가 발휘되기 힘들다는 맹점은 분명히 있는 그런 앨범입니다. 데뷔앨범 [Jars of Clay]에서는 분명 그런 힘이 있는 싱글들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정도면 잘만들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쉬움이 있다해도 결국 전작들과의 대비에서 나오는 상대적인 것일테니까요.
(2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