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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이지 Paige [Paige]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avid Rice
& Mark Hammon

(2001/Word)



- 2라운드!


페이지 루이스의 등장은 마치 틴에이지 여성 아티스트 결전의 2라운드를 알리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1년전에 스테이시 오리코와 레이첼 람파가 1라운드를 열었다면, 페이지와 팸플린 레코드사의 케이티 허드슨이 2라운드를 벌이고 있는 셈이지요. (보이밴드는... 뭐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되겠군요.) 허드슨의 음반은 아직 못들어봤지만 페이지의 음반에서 제일 반가운 점은, 적어도 이 2라운드의 양상이 1라운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그 구심점은 싱어 송 라이터라는 점입니다. 싱어 송 라이터라는 이유만으로 순전한 평가의 어드밴티지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그 노래의 정수를 제일 잘 뽑아낼만한 사람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것은 분명 멋진 일이니까요.


또, 1라운드의 앨범들이 보컬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양한 장르를 앨범안에 녹이는 백화점식 배열을 보였다면, 2라운드의 음반들은 락이라는 카테고리의 범주를 축으로 가능한한 행동반경을 좁혔다는 점이 주목할만 합니다. 각각의 방법이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 어지간히 그 장르에 대한 파악을 하지 못하면 앨범이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지요.


[Paige]에서는 편곡과 다양한 세션의 활용이 그 해결책이었습니다. 페이지 본인이 얼마나 큰 입김으로 작용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에서 프로듀서-프로듀서중 한명인 데이빗 라이스는 페이지의 외삼촌이랍니다.-들에게는 큰 의지를 한 셈이죠. 페이지 자신도 기타를 연주한다고는 하지만, 이 앨범에서 세션을 맡지는 않았으니까요.



- 싱어 송 라이터.


여하튼 세션이나 편곡의 백업을 받았다 하더라도 리드미컬하게 뿜어져 나오는 곡의 줄기들은 페이지의 것입니다. 한 앨범을 가득채운 10곡의 노래와 가사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어지간한 성인 아티스트의 경우라도 분명 대단한 일이니까요.


[Paige]의 수록곡들의 후렴부는-특히 빠른 곡일수록-반복적인 리듬과 그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주는 가사들로 채워져있는데, 16살의 다소 앙앙거리는 보컬이 이런 흐름의 곡의 진행을 팍팍 끌어줍니다.


"and... life becomes a simple game again.."
-Hide Myself in You


"Lord, take away what's in the way.."
-Jonah



'GAME AGAIN'. 'take AWAY..what's in the WAY' 처럼 곡의 리듬감을 살펴주는 적절한 어휘의 선택은 탁월합니다. 마치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곡에서 종종 보여지는 흐름의 작은 버젼같기도 해요. 이처럼 각 노래들은 그 흐름과 진행이 지극히 새롭다기 보다는, 곡 자체가 한개의 테마를 바탕으로 하는 끊임없는 변주처럼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다소 음반이 속히 질린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참신함의 강도에 있어서만큼은 꽤나 강한 느낌의 앨범입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두 곡 "Heart of Hearts"와 "Power in Your Hand"는 앨범내에서 중간리듬에 속하는 곡들입니다. "Hide Myself in You"나 "So Not about Me"가 이보다 더 강렬한 분위기에 속한다면, "Precious"나 "Darkness into Light"같은 곡들은 착 가라앉은 차분한 발라드에 속하죠.


그만큼 몇개의 싱글만으로 이 앨범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컨트리 스타일의 분위기가 나는 "Here in the Light"나 스카리듬의 "So Not about Me"같은 곡은 위에서 언급한 리드 싱글들과는 별도로 분명 들을거리니까요.



- Worship


페이지를 소개하는 홍보 사이트에서 싱어 송 라이터만큼이나 내세웠던 프로필은 두가지죠. 휴스턴 지역 최고의 소프트 볼 팀의 캐처라는 점, 또 하나는 젊은 워십리더라는 점이죠. 이미 그 지역에서는 워터마크와 케이드먼스 콜이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하면서 워십의 붐을 조성하고 있던 터입니다. 페이지도 적잖게 영향을 받았겠지요.


음악 스타일이 기본적으로 창작곡을 위주로한 락의 카테고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Paige]의 찬양적인 요소는 당연히 가사에서 표출되게 됩니다. 그러나 수직적인 내용중에서 이 앨범의 가사는 회중찬양보다는 오히려 개인적인 묵상에 더 가깝습니다. 10곡의 노래중 "Here in the Light"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나님에 대한 고백의 가사들이에요. 모든 가사에서 그 대상자를 "You"로 부르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죠.


따라서 페이지의 노래는 가사 자체에서 10대들에게 호소하는 식의 공감대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10대가 부르는 찬양'이라는 그 자체의 사실로 어필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Paige]는 데뷔 앨범임에도 마치 최근의 모던 워십의 경향을 그대로 타고 나온 앨범같은 느낌마저도 듭니다.



-멀티미디어


워드사의 틴에이지 앨범들은 이제부터 인핸스드 시디로 나오기로 했나봐요? 레이첼 람파에 이어서 페이지의 앨범도 몇개의 컴퓨터 데이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앨범들이 너무 흔해져서인지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군요. 내용도 간소해요. 눈에 띄는것은 "Power in Your Hand"의 뮤직 비디오와 퀴즈로 풀어보는 '페이지의 QnA'정도입니다. 동년배들인 팬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시시콜콜함이 오히려 더 재미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죠.


하기야 요즘 인핸스드 파트 대부분의 기능을 인터넷에 물려줬으니까요. 이 정도라면 인핸스드 파트가 할만큼의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겠죠.



-Power in her hand


보컬에 강점을 두고 있는 틴에이지 싱어들이 나이를 뛰어넘는 목소리로 어필을 하는데 비해, 똑부러진 발음들로 일관하는 페이지의 보컬은 다분히 10대의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노래들에 녹아드는 감성의 기복을 자유자재로 안배하는 실력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노래들이 페이지 자신의 것들이기 때문일겁니다.


따라서 이 첫 앨범은 단순히 좋은 앨범일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앨범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부분에서 조금 더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메인스트림의 락 영역에서 피오나 애플이나 앨라니스 모리셋의 트렌드를 충분히 크리스천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되는군요.


(2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