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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케빈 맥스 Kevin Max [Stereotype Be]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Kevin Max & Adrian Belew

(2001/Forefront)




디씨 토크의 데뷔 시절때만 하더라도 케빈 맥스 스미스는 그다지 눈에 띄는 멤버가 아니었습니다. 리더였던 토비 맥키한은 앨범을 제작한 역량과 그 입심좋은 랩으로 화제의 핵이었고, 마이클 테이트는 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의 보컬을 맡았었거든요. [Nu Thang]과 [Free at Last]를 지나면서 디씨 토크의 음악에서 락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자 점차 맥스의 역량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Jesus Freak] 에선 완전히 정점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팀이 유명해지자 인디펜던트 계열에 대한 맥스의 지속적인 애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디씨 토크가 [Jesus Freak]로 락그룹으로서의 입지를 잡은 뒤 맥스가 참가해온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보면 알 수 있죠. 마크 허드의 추모 앨범인 [Strong Hand of Love]에서는 허드의 노래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곡에 속하는 "Lonely Moon"을 불렀었고, 스티브 힌달롱이 만든 언더그라운드 앨범인 [Noel]에서도 고색창연한 캐럴송 "In the Bleak Mid Winter"를 불렀었죠.


페트라의 곡들을 모던락 계열의 그룹들이 리메이크한 헌정 앨범 [Never Say Dinosaur] 에서는 드러머인 루이 웨버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Louie's Solo" 라는 제목의 요상스런 편집곡을 만들었는데, 이때 맥스와 함께 연주를 한 팀은 이름조차 생소했던 독립그룹 패서피스트였습니다.


게다가 시집발간, 음반중에 시낭송도 계속해대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이런것들을 보면 아티스트로서 맥스가 자신의 에고를 꽤나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같아 보이죠. 하지만 그가 속해있던 디씨 토크가 워낙 메인스트림의 중심중의 중심에 있었던 팀이기 때문에, 이 모든게 일종의 주류음악에 대한 반골기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본색을 계속 숨길 수는 없겠죠. 전 솔직히 요즘 들리는 디씨 토크 솔로활동의 루머들에 대해서 그다지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자신의 최선을 보일 수 있는 음악을 위한다면 약간의 진통도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결과야 지켜볼 일이고요.



덕분에 [Stereotype Be]는 케빈 맥스가 자신의 에고를 신나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조차 역설적으로 느껴질 정도에요.


마이클 테이트가 앨범제작을 위해 레이블인 포어프론트의 세션/제작진들을 투입시킨 것에 비해, 맥스는 지극히 '안사람'들에 한정된 이들만을 지원군으로 모았습니다. 이 앨범에서 레이블과 연결시켜 익숙한 사람은 -"Existence"에서 랩을 맡은- 고티 레이블 소속인 그리츠의 멤버 '커피'뿐입니다. 작곡을 담당한 마크 '씽코' 타운젠드도 친숙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디씨 토크의 투어세션인 마크 타운젠드와는 동명이인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랍니다. (우리가 아는 타운젠드였다면 앨범에서 기타연주를 전혀 안하고 작곡과 프로그래밍만으로 등장한게 좀 이상할만 했죠.)


물론 낯익은 이름으로 프로듀서인 아드리안 벨류와 스트링을 담당한 (플레밍 앤 존의) 존 마크 페인터가 있긴 하지만, 이들도 그동안 꽤나 적조했던 사람들입니다. 특히나 아드리안 벨류는 자스 오브 클레이의 힛트곡만을 '골라서' 프로듀싱했던 경력이 있었음에도, 그 뒤로는 정말 만나기가 힘들었죠.


이렇듯 낯설으면서도 친숙한 묘한 분위기가 앨범을 감싸고 있긴 하지만 [Stereotype Be]는 케빈 맥스의 앨범입니다. 낯선 앨범의 분위기속에서 분출되는건 여전히 맥스에게서 나올 법한 음악들과 가사들입니다.



어떤 음반 사이트의 구매자 평론에서 이 앨범안에 크리스천과 연결시킬만한 가사가 너무 없다고 불평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글쎄요, 그 리뷰어가 너무 어렸던지, 아니면 앨범의 가사를 너무 건성으로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대부분의 가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긴 해요. 존재감의 상실을 말하는 "Existence", 방황에 대한 이야기인 "Dead End Moon, 가사 내내 노골적으로 꿈속을 헤매는 "The Secret Circle"같은 곡들은 노래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집니다. 맥스의 음악을 굳이 규정하자면 기독교적인 신비주의라고나 할까요. 고풍스런 자켓까지 어우러지게 되면 이 앨범은 마치 C.S 루이스의 환상소설에 딱 어울릴 만한 분위기를 솔솔 풍깁니다.


[Stereotype Be]에 추상적인 느낌의 가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줄기는 여전히 말씀과 찬양에 닿아 있습니다. 창조예찬의 노래 "Be"라던지 "Shaping Space", "Blind", 그리고 히든트랙인 "You" 같은 노래들은 이런 면이 좀더 전면에 드러나고요. 몇몇곡은 성경의 스크립트를 표면적인 이해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미묘한 가사의 위치 이동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Shaping Space"에서 '온 우주의 왕의 자녀 (Price's of the universe)' 는 다시 후렴부에서 '온 우주의 왕자들 (Pinces of the universe)'로 위치 전환이 되면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자존감에 더욱 살가운 인상을 남깁니다. "Blind"에서도 '당신은 포도나무, 나는 가지 (You're the vine, I'm the branch)'라는 익숙한 스크립트가 '나는 무화과 잎, 당신은 가지 (I'm the fig leaf, You're the branch)' 라는 변조를 통해서 말씀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주고요. 시를 즐겨쓰는 사람이 만들만한 가사 아닌가요?


수평적인 관계맺음의 속단에 대한 회개의 메시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러브송의 메시지도 "I don't Belong"이라던지 "On and On"같은 곡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I don't Belong"같은 곡은 떠난 연인을 위해 부르는 가사같아서 더욱 재밌기도 하고요. "On and on"은 별 무리없이 맥스의 부인인 알랴나를 위한 가사같아 보입니다.


러브송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앨범의 대부분의 2인칭, 혹은 3인칭의 대상자가 대부분 여성으로 표현되는 것은 참 재밌습니다. 맥스의 쿨한 이미지와 여신을 그리는 듯한 몽환적인 앨범 분위기, 그리고 로맨티스트의 전형같아 보이는 고전적인 분위기까지 맞물려, 여성이 대상자가 되는 가사들은 또 하나의 개성으로 잘 융합됩니다.



음악적인 스타일도 가사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일조합니다. 특히 처음 두 트랙인 "Return of the Singer"와 "Existence"의 서두에 자리잡은 동양냄새 풀풀나는 연주부터가 그렇지요. 앨범은 전반적으로 슬로우 락스타일과 발라드에 편중되어 있긴하지만, 앨범이 루즈해지거나 그렇진 않아요. 중간중간의 발라드에서는 관악을 동원한 복고적인 분위기까지 동원되고요.


아드리안 벨류의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가 얼마만큼 이 앨범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미지수군요. 게다가 케빈 맥스 자신까지도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맡았으니까요. 고풍스럽다는 느낌만을 빼면 벨류의 프로듀싱 작들인 "Liquid"나 "Flood"의 유사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아요.


무엇보다도 곡의 멜로디까지 몽환스런 분위기를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앨범 최고의 '다행스런' 점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디씨 토크 시절의 스타일을 따온 것처럼 귀에 붙는, 듣기 좋은 곡들로 꽉꽉 차있습니다. 선이 있는 멜로디가 환상적인 (테크닉이 환상적이란 의미가 아니라 진짜 '환상'스런) 연주에 어우러지고 이런 곡들이 맥스의 매력적인 보컬로 표출화되면서 앨범은 한층 상승고조에 이르게 되고요.


아무래도 디씨 토크의 멤버중 제일 먼저 기획된 앨범이니 계속적으로 싱글에 대한 편곡이나 연주의 연마와 단련이 있었겠지요. 일례로 맥스의 공식 사이트에서 공개 되었던 MP3 곡-"Her Game"-이 앨범 버젼에서는 재녹음,리믹스 되었거든요. 아무튼 앨범의 총체적인 평가를 음악에 둔다고 해도 이 앨범은 전혀 경중이 흔들리지 않는 수작입니다.


그의 시들은... [Jesus Freak] 시절부터 시작된 낭송의 변주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자신의 앨범이어서 이번엔 두개가 들어갔군요.



[Stereotype Be]는 낯선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케빈 맥스라는 아티스트에게서 기대할 법한 앨범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독특한 분위기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개성이 만발한 음악이라고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가사로든 음악이든) 이런 스타일도 크리스천 음악계에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이런 음악이 디씨 토크의 멤버에게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스러워요.


(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