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ohn Jennings & Sarah Masen
(2001/Word)
뮤직포스에선가... 암튼 어떤 인터뷰에서 새러 메이슨이 했던 이야기 인데, 자신의 앨범이 어려운 앨범으로 일컫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대요. 그러면서 새 앨범 [The Dreamlife of Angels]에 담겨 있는 메시지의 '일상성'에 대해서 강조를 했었죠.
어느 정도 동감이 가는 부분이에요. 그렇다고 [The Dreamlife...]가 쉬운 앨범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상성이라는 주제가 이전의 앨범들에 담긴 내용에서 보다 보편적이 되었다는 의미일 뿐이죠.
물론 이 모든 일상성은 근 몇년간 있었던 메이슨의 주변 환경 변화에 기인합니다. 확실히 이런 부분은 앨범의 가사만으로 느끼기는 힘든 부분이에요. 남편인 데이빗 다크와의 결혼, 그리고 첫 아이인 도로시 데이의 출산등이 그 변화들이었죠. 이 앨범은 세번째 앨범을 만들어야 겠다는 사환보다는, 그냥 그녀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위해서 만든 앨범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어요.
노래가사의 변화와 더불어 음악적인 간소함도 크게 체감됩니다. 일반 음악계에서 숀 콜빈같은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존 제닝스는 메이슨의 세 번째 앨범에 포크적인 요소를 크게 가미했습니다.
물론 찰리 피콕이 프로듀싱을 맡았을 때도 포크의 요소는 여전히 녹아있었죠. 하지만 피콕의 프로듀싱때 두드러졌던 연주등을 통한 아기자기한 감칠맛에 비해, 제닝스와 메이슨은 그냥 기본적인 언플러그드 사운드만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전작의 팬들에게는 마이너리티로 느껴질 수 있어요. 실제로 [The Dreamlife...]는 적잖이 지루한 앨범입니다. 앨범의 후반부의 단조로움은 차치하고서라도, 전반부에서 큰 임팩트를 주는 곡들도 "Girl on Fire"나 "We are a Beginning"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러나, 메이슨의 앨범이 언제나 경중을 따져왔던 부분들이 바로 가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The Dreamlife of Angels]는 오히려 전작보다 더 흥미로운 앨범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네들에게는 큰 체감이 오기 힘든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오히려 영문으로 쓰여진 가사이기 때문에, 더욱 사심(?)없이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탐구해 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탐구의 결과는 꽤나 재미있습니다.
역시 이 부분의 화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메이슨 최초의 웨딩송이라고 할 수 있는 "We are a Beginning"과, 딸인 도로시를 위한 노래인 "Love is Breathing", 그리고 마지막 곡인 "Home"등은 앨범의 곳곳에서 가족에 대한 가치와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은유로 채워진 "Love is Breathing"같은 곡이 중의적인 메시지를 함포하고 있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내안에서의 사랑'이 강조되는 것-그리고 그 안의 사랑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자존감에 대한 총집약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직유보다 더 풍부한 화법을 담고 있는 셈이죠. (물론 인터뷰등에서 메이슨이 언급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이 앨범은 우회적인 페미니즘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목상으로는 딸을 위한 노래로 오해할 만한) "Girl on Fire"와 "She Stumbles through the Door"에서 메이슨은 무정의 대상자를 위한 (아마도 그녀의 친구이겠지요) 위로와 강건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힛트 싱글감인 "Girl on Fire"에서 메이슨은 정당화될 수 없는 동정을 베푸는 남성상에 대한 경고를 비약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재밌어요.
이 두 곡은 수미쌍관의 느낌으로 연결될 만 합니다. "Girl on Fire"에서 보여준 친구의 구원이, "She Stumbles..."에서 다른 이들에게 간증과 서술이 되는 형식으로 말이죠.
일상성에 따른 '관계'를 표현하는 또 다른 노래는, 단편적인 나의 성급한 말들이 마치 '치고 빠지는 놀이처럼' 한 남자를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의 "Hit and Run"입니다. (이 가사에서 말하는 남자가 혹시 "Girl on Fire" 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었던 그 남자가 아닐까요? ^^;)
이런 일상성의 중간중간을 메꾸는 곡들은 역시 찬양입니다. "Hope"와 "The Valley"같은 노래들이 그것인데, "The Valley"같은 노래는 하늘하늘한 분위기의 멜로디임에도 스크립트 인용을 동원한 가사인양 고전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아마 '사망의 골짜기'라는 관용구가 생각나서 그럴 거에요.
아무튼 앨범의 줄기인 일상성-사람들과의 관계와 하나님에 대한 찬양이 밀도있게 어우러지면서 가사에 있어서는 참으로 꽉찬 느낌을 주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참신함이 아쉬운 앨범인 것도 사실이에요. 메이슨의 보컬은 언제나처럼 귀엽고 뚜렷하지만, 보컬이외의 파트가 감쇄된 앨범 분위기를 커버하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이고, 그러다보니 그 좋은 가사들도 음미하기보다는 '읽어야 하는' 부담감까지 얹혀집니다.
어떻게 보면 메이슨에게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었을 수도 있어요. 차분한 앨범 분위기가 부담없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발군의 가사들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었다면 이전 앨범들의 음악 스타일들이 아쉬워지는게 사실이거든요.
다음 앨범에서는 보강될 수 있겠죠. 어쨌든 앨범의 가치를 어느 부분에 두느냐에 따라서 이 앨범의 평가도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