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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서캐디언 리듬 Circadian Rhythm [Over Under Everything]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Otto Price

(2001/40)



'24시간의 리듬'이라는 의미의 서캐디언 리듬은 팀 자체보다는 팀과 앨범의 배경때문에 유명해진 팀입니다. 우선 제일 큰 관심의 초점은 40 레코드사의 프론트 아티스트로 나섰다는 점이겠죠. 디씨 토크의 토비 맥키한과 원로 크리스천 베테랑 아티스트인 빌 게이서가 만든 워십 레이블인 40는 99년 출범이후 한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었습니다. 옛날과 현재의 크리스천 음악계를 주름잡는 두 거물이 만난 레이블이니 뭔가 큰 것을 기대할만도 했는데, 그 기대를 너무 오래동안 질질 끈 셈이죠.


그외의 화제거리는 부수적인 것들이었습니다. 디씨토크와 마크 로우리의 학교인 리버티 유니버시티에서 팀이 결성되었다는 것이라던지, 모던 워십밴드라는 정도는 그렇게 새로운 사실도 아니었죠. 그들의 출신이 그들의 음악성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도 아니었고요.


CR의 음악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은 오히려 그들의 취향입니다. 여러 마케팅이나 브로셔에서 그들을 끊임없이 U2의 음악과 비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CR의 음악적 영향이 U2로부터 왔음을 말하고 있고, 아예 이 음반중에 U2의 노래 "Gloria"의 리메이크 버젼도 있으니까요. 헤드 타이틀인 "Beautiful Savior"의 전주부는 마치 [Joshua Tree]의 "With or Without You"의 시작부분을 연상케하고요.


U2의 워십버젼이라는 점에서 데릴리어스와의 유사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시점에서 CR의 음반이 몰개성한건 아닙니다. 이들의 데뷔앨범 [Over Under Everything]은 마치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를 헐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한 필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흐름은 비슷하되 차별되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는 의미지요.


밴드의 차별성을 제일 잘 드러내주는 요소는 의외로 보컬인 윌 페이븐의 목소리입니다. 부드러움이나 깊이있는 저음과는 거리가 멀지만, 쥐어짜는 듯한 페이븐의 보컬은 음반의 흐름에 간절함의 느낌을 배가시켜 줍니다. 보컬이 내뿜는 강약이 이런 면을 더하게 하지요. "Into You"같은 곡은 페이븐의 보컬을 잘 살려주는 노래입니다. 수준급의 보컬처리는 아니지만, 그 개성때문에 인상은 짙어요.


음반의 재단은 잘 되어 있습니다. 프로듀서 경험은 별로이지만 그래도 많은 세션으로 감각을 익혀왔을 오토 프라이스의 역할이 컸겠지요. 마이클 W. 스미스와의 간만의 해후이후 다시한번 마이더스 제작자로 발돋움 하고 있는 브라이언 레녹스의 지원도 물론이었겠고요.


앨범 내에서는 락싱글보다 발라드 싱글들이 더 와닿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페이븐의 보컬이 발라드의 화자로 적당한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쓰여진 곡들도 애절한 느낌에 맞는 멜로디를 갖고 있어요. 심지어 가사들도 그렇고요. "Into You"나 "We are Hungry", "Let Us Gather"가 이런 맥락에 맞는 곡들이라면, 몽환적인 느낌의 "Ever My Love"같은 곡은 퍽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고 강렬한 사운드의 곡들이 딱 대치되는 것도 아닙니다. 차라리 느린 리듬의 곡과 빠른 리듬의 곡들로 구분을 하는게 더 편의상으로 맞는듯 해요. 이런 빠른 리듬의 곡들은 흥겹습니다. 특히 앨범 전반부의 곡들은 임팩트가 강해요 "Beautiful Savior", "Where You Go"같은 곡들도 좋고, U2의 곡인 "Gloria"에서는 후반부의 코러스 보컬까지 가미해서 더욱 신나는 흐름을 이끕니다.


후반부에서 체감도가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그 무난한 사운드와 리듬은 별다르지 않게 이어져 갑니다. 하지만 이런 무난함이 앨범 내에서 계속 지속 되다보니 되려 음반 자체는 그냥 평이한 수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창작곡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회중찬양과 비교하여 음악적인 보편성은 없지만, 이를 만회(?)하는 것은 역시 가사입니다. "Gloria"나 "We are Hungry"같은 곡은 회중찬양의 느낌을 미약하나마 갖고 있고요, 다른 곡들도 역시 개인적인 고백과 찬양의 메시지를 여과없이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가사의 측면은 CR의 음악을 모던워십의 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창작곡들로 이뤄진 앨범이라는 점은 데릴리어스와 같지만, 수직적인 가사의 골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점은 소닉플러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 선배들의 전철을 잘 따라간 셈이네요.


[Over Under Everythig]의 기획자체는 최근의 시류를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음반 안에서 멤버들이 원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을 일궈나갔기에 충분히 개성적입니다. 다만 이런 밴드의 자아가 음악으로 표출된다고 해서, 듣는 이들에게까지 크게 어필 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점이 좀 안타깝긴 하네요.


하지만 잘 만들어졌어요. 워십 앨범에 필요한 진솔함이 그대로 담겨 있고, 페이븐의 보컬과 이를 잘 뒷받침 해주는 멤버들의 연주는 그 진솔함을 생생하게 전해주거든요. 하나님을 간절히 바라는 그 절규는 음악 자체를 뛰어 넘어서 팬들이 분명 공감할만한 것들이었고요.


주목받는 신인으로서의 고지적응이 끝난뒤에 새로운 앨범을 만든다면 분명 더 기대할만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그룹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들이 데뷔시절의 진솔함을 간직하고 있는다면 말이지요.


(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