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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브라운 워십 Brown Worship [교회가 이 땅의 소망입니다]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8.

브라운 워십  Brown Worship
[교회가 이 땅의 소망입니다]

produced by 이승호

(2009/M Music/Bee)





선입견이란게 생기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나봅니다. 게다가 그 선입견을 만든 계기와 현재 평가를 해볼 대상의 거리가 가깝다면요.

네,  만나교회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 곳의 모던워십팀인 히스 메신져의 첫 음반은 분명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그 가능성에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밴드세션의 동원이나 음악적으로 열린 시도, 창작곡들의 도입은 이들이 분명 그간 음악을 구현함에 있어서 보고 들은 것이 많다는 것을, 아울러 고루한 창작의 쳇바퀴에 빠지지 않길 원하는 팀이라는 것도 극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매끄럽게 발현되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히스메신져의 첫 음반 수록곡들은 자신들 만의 고유한 것을 드러내려 하면서도 결국 기존에 나온 모던워십들에 대한 어색한 기시감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인상적이긴 했지만 적어도 그 첫 앨범이 이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역시 만나교회의 테두리에 있는 브라운의 첫 앨범도 마찬가지 선입견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전제조건이 더 있었습니다. 이들은 브라운 가스펠을 표방하는 팀이랍니다. 이미 믿음의 유산이 헤리티지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를 관통하면서 탄탄하게 닦아놓은 길 위에서 동어반복만 할 여지가 컸습니다. 팀이름까지도 '브라운'이네요.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 전제조건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이 땅의 희망입니다]는 무척 잘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이들도 역시 히스메신져처럼 이전 팀들의 반복이 아닌, 자신들만의 고유한 것을 보이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의 발현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우러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브라운'이라는 팀만의 무엇을 만들었다고 해도 될만 합니다.


첫째는 찬송가에 고정된 테마입니다. 필연적으로 편곡의 힘에 크게 의지해야할 여지가 있는 부분인데 이것이 알앤비나 가스펠의 방향성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친근감을 안겨줍니다. 워낙 가스펠이나 알앤비 음반들이 많이 나와서 식상할 만도 할텐데 말이죠. 여기에 후반부에는 찬송가가 아닌 "예수님 내가"같은 곡들이 더해지면서 변주를 주기도 하고요. ("예수님 내가"는 이 앨범 제작의 중책을 맡은 이정기의 팀인 가객의 노래입니다.)


두번째는 스타일에 고정되지 않은 자유로움입니다. 사실 팀 이름이나 자켓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고리가 걸려있지 않다면, [교회가...]는 그냥 보편적인 워십실황으로도 느껴질만한 앨범입니다. 표방하고 있는 가스펠의 느낌은 앨범의 전면으로 나섰다기 보다는 그냥 전체적인 흐름에 묻어나는 수준이고요. 그리고 코러스 역시 이런 면을 다 인지하면서 자연스레 실황을 이끌고 있습니다. 오히려 힘을 뺐다고 할 수 있겠죠. 기획이나 스타일에 온통 힘만 주다가 이가 안맞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보다 훨씬 유려한 모습입니다.

또 이런 자연스러움이 후반부에 찬송가 선곡들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한국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아주 얼번 느낌의 감성이 강한 가스펠 스타일이었다면 이런 느낌을 갖기 힘들었을 겁니다.


물론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헤리티지의 자취가 크기도 합니다. 워십리딩의 스타일은 아무리 들어도 헤리티지의 김효식을 연상시키는 면면이 커서 사실 조금 우습기까지도 합니다.  그 외의 보컬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불공평한 잣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헤리티지가 쌓아온 결실들은 그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가스펠이라는 장르의 것이지, 헤리티지만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우리가 (얼마전에 앨범을 낸) 켄 레이놀즈를 커크 프랭클린의 모사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어떻게보면 매스콰이어 앨범이라는 측면에서 헤리티지는 물론 브라운 워십 같은 팀이 더 많이 나올 필요도 있긴 합니다.


가스펠 장르의 대세를 만들기 위해서 브라운 워십에게 주목할 것은 다음 앨범입니다. 일단 이번 앨범의 큰 축이 되었던 찬송가라는 테마가 다음 번에는 또 다른 강점으로 보충되어야 할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앨범으로 엿볼 수 있는 요소에서도 이들은 충분한 자기색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입견이나 전제조건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훨씬 좋은 음반이었어요.


PS : 이 앨범은 11월에 정식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위의 자켓은 그 전 출시 버젼입니다. 실제 수록곡은 모두 동일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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