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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기타 ETC

[The Chronicles of Narnia :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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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출연 : Georgie Henley, Skandar Keynes, William Moseley, Anna Popplewell, Tilda Swinton, James McAvoy, Jim Broadbent

감독 : Andrew Adamson
(2005/Walden/Disney)


개봉한지가 좀 지났죠. 나름대로 원작의 팬이었고 머리 속에서 구상된 이미지들이 실사 영화로 펼쳐지는 장관을 가뜩이나 기대했던 지라 개봉당시 이 영화를 봤을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은 객관적인 평을 할 수 있을거 같아요.


먼저 나니아 연대기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 감히 말해 보죠. 이 소설이 '다른 세계로 들어간 어린이들의 모험담'이라는 판타지의 골격에 시초가 된 작품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C.S. 루이스의 친구였던 톨킨의 서사작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수준의 깊이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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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 책은 태생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세요. 이런 대목도 있다니깐요. '그곳에는 소름끼치는 괴물, 오크, 에틴...어른들이 여러분에게 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할까봐 미처 묘사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마지막의 전쟁 장면이 좋은 클라이막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 원작에서 이 전쟁 장면은 큰 기둥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몇 페이지에 요약된 한 플롯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마치 판타지 전쟁 서사시인양 묘사되는 이 영화의 스케일과 홍보는 다소 오도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최근 몇년간 이어진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었겠고, 또 아무래도 영화다보니 극적인 절정을 자아내기 위해 전쟁 장면에 큰 비중을 둘 수 밖에 없었겠지만요.


그렇다고 이 영화를 순수하게 아동용으로 보기만도 좀 뭣합니다. 특수효과로 구현해낸 나니아의 풍광은 멋지지만, 짧은 분량의 동화를 너무나 길게 늘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보기에 지루한 감이 분명 있습니다.


또 (많이들 느끼셨겠지만) 전쟁장면은 다소 잔인합니다. 유혈이 낭자한 장면은 없지만 대규모의 군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에서의 중량감과 치열함은 아이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힘든 수준입니다.


결론적으로 포커스가 안맞았어요. 기본 설정을 갖고 성인용으로 개작을 하자니 아이들의 시선이 아쉽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눈에 맞추자니 전쟁신의 묘사와 지리한 플롯이 거슬리는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아이들 동화처럼 시작해서 성인용 스릴러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지만 그나마 그 작품은 몇년을 두고 발표되는 연작이죠. 한 작품 안에서 초점을 맞추지 못한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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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영화화가 의미없는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영상기술의 발달을 십분 활용한 장관들은 어느정도 지루한 플롯을 커버해주고 있죠. 일종의 유람 영화처럼요.


또 햇빛이 창창한 벌판에서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벌이는 전쟁장면의 강렬함은 분명 인상적입니다. 어두운 톤의 색감이 지배했던 [반지의 제왕]의 전쟁신과는 다른 임팩트가 남아요. 페부를 찌르는 잔인한 묘사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안고 만들어낸 전쟁장면 치고는 나름대로 선전을 한 셈이죠.


길게 늘려버린 플롯이 다소 지루하다고는 했지만, 나름대로 각본가들은 영리한 확장을 했습니다.


우선 초반부에 묘사된 독일군의 영국공습 장면은 2차 대전시의 불안한 전운을 영화의 프롤로그로 사용하면서 서사적인 면모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페번시가의 남매들의 캐릭터 구축도 어느정도 잘 이뤄졌고요. 저는 아버지의 사진을 가져가기 위해 집으로 뛰어가는 피터와 이를 막는 에드먼드의 다툼 장면이 좋은 삽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반부에 늑대들과의 추격전처럼 영화를 위해 삽입된 부분 역시 플롯의 지루함을 커버하기 위한 좋은 변주였습니다.


동화적인 설정의 완급함을 커버하기 위해 삽입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페번시가의 남매들이 각자의 무기로 훈련을 하는 장면들이죠. 애초부터 어린이들이 검과 활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내용 자체가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논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삽입한 장면으로 보여요. 그렇다고 결전의 순간까지 무한한 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이 훈련 장면조차 속성으로 묘사되었고, 때문에 의도한 만큼의 논리성을 얻지는 못했지만요. (그래서 개봉 후에는 없느니만 못한 장면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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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지시를 하는 감독 앤드류 애덤슨

좋은 배우들의 호연도 있었죠.


제일 인상적인 것은 역시 하얀마녀 역의 틸다 스윈튼이었습니다.


이 배우는 이런 고혹적인 매력과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자주 선보이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배우 자신은 이런 이미지가 굳어져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지는 잘 모르지만.


페번시가의 막내인 루시를 연기한 조지 헨리의 귀여운 얼굴도 빼놓을 수 없죠. 이 배우는 단지 귀여울 뿐만 아니라 소설 전반에서 큰 복선을 내려놓는 중책까지도 잘 이뤄내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머지 세 사람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인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기독교적인 관점의 해석은 어떨까요? 여기에서도 큰 해석의 갭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그런 부분을 논하기에는 원작에 꽤나 충실하게 영화화를 했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이후의 연작들이 영화화되면서 두드러질텐데 어짜피 그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코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관객들은 이 작품만으로도 분명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연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앞으로의 시리즈가 기대가 되기는 합니다. 이후의 나니아 이야기들은 비쥬얼한 부분에 비중을 둘 수 있는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일 유명했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만들때와는 달리 제작진들이 아마 큰 고민들을 해야할 겁니다.


이미 흥행 성공에 힘입어 [캐스피언 왕자]가 곧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일단 이 소설도 꽤나 재밌는 작품이니 기대할만 합니다. 아쉬운 부분과 만족스런 부분을 총합하자면 그래도 좋은 평작이었습니다.

:: MOVIE STIL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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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