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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기타 ETC

[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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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The Passion of the Christ]


출연 : James Caviezel, Monica Bellucci, Maia Morgenstern, Francesco De Vito,

감독 : Mel Gibson

(2004/Icon)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떨어지는 수많은 반박들은 충분히 있을만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만큼 민감한 주제를 민감한 방법으로 다룬 영화니까요.


사실 예수님의 생애를 그린 문화매체들은 거의 모두 이런 논쟁위에 올라갔었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마틴 스코세지가 만든 이 소설의 영화버젼,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지져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대니 아르깡이 만든 캐나다 영화 '몬트리올 예수' 등을 생각해 보세요. 심지어 우리가 티비에서 단골로 보는 프랑코 제피렐리의 '나자렛 예수'도 1977년 당시에는 꽤나 충격적인 영상이었다고 얘기들을 했대요.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떨어지는 반박들이 있을만 하다고는 얘기했지만 그 반박이 정당하다고는 생각치 않아요. 카잔차키스의 소설이나 '몬트리올 예수'같은 영화들이 논쟁에 올라간 이유는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과 해석이 작가에 의해 재구성 되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멜 깁슨의 영화에서 재구성된 부분은 지극히 영상의 표현의 영역에 머무릅니다. 물론 플롯이 있는 두시간 짜리 영화이기에 어느정도 에피소드의 가감은 있지만, 관객들이 보면서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면은 없죠.


그렇기에 영화에 떨어지는 비난에 대한 부분은 상당수가 보는 사람들의 자의적인 해석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개봉전부터 드세게 회자된 이야기들 중 하나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것인데, 사실 이게 영화를 보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빌라도의 갈등하는 모습이 폭도에 준하는 유대인들과 대조가 되긴 하지만, 십자가를 지고 성곽을 나간 이후에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애통하는 유대인들의 모습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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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십자가에서 박해하는 무자비한 로마 군사들의 모습이 두드러지기도 하고요. 뭐 시간당 비중으로 이즘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는게 우습긴 하지만, 우습기로만 따지면 이것을 '반 유대주의'라는 이즘으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더 웃기죠.


게다가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이 직설적으로 표현된 점을 생각하면, 깁슨에게 있어서 예수님을 박해한 이들을 표현하는데 또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것 같지도 않고요.


결국 이 부분의 비난은 현지 개봉 직후 쏟아진 미국사회의 (특히 헐리웃 안의) 유대인 기득권 층에서 나온 루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까운 시선이 영화 하나의 분위기까지 상정해 버린 셈이죠.


물론 도매급의 비난을 한 평자들의 우매함도 있긴 하지만... 이 점은 우리도 깨달아야 할 부분입니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그들이 말하는 '극중의 못된 유대인'들과 우리의 모습이 별 차이가 없잖아요. 연출중에 십자가 못박는 손만 직접 연기했다는 멜 깁슨의 이야기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폭력적인 영상입니다. 이 부분은 더 민감하긴 해요. 폭력적인 표현은 관람 대상을 제한시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 점은 영화 관람 등급이라는 장치로 해소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에 대한 해석을 들이댈때 문제가 생깁니다. 제일 큰 화두는 '왜 고난과 십자가의 12시간만이 복음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만약에 플롯의 비중으로만 따지면 이런 의견에 대해 감독은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타이틀 크레딧도 없이 시작되는 영화는 겟세마네에서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계속 우는 예수님의 모습을 시작으로, 2시간 내내 -정말 제목처럼- '수난'만 보여지니까요. 수태고지부터 시작되는 대하 드라마 스타일의 미니시리즈 등을 예수님 이야기의 정석으로만 생각해온 우리에게 이 영화는 낯설만도 합니다.


그러나 깁슨은 두가지 요소로 여기에 균형을 맞춥니다. 하나는 수난 중간에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는 수난 전의 모습들입니다. 길거리 대장장이의 모습은 집에서 목수일을 하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골고다를 오르는 언덕에서는 산상수훈의 장면으로, 그리고 고난을 당하는 순간 순간은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는 모습으로 이어지면서 공생애 속의 일상에서 예수님이 전하셨던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중간중간 강조합니다.


그것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젊은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그분이 갖고 있는 권위의 모습은 바리새인들과 빌라도 앞에서 당당히 진리를 말하는 장면으로 연결되죠. 그렇기에 깁슨이 이 부분의 묘사에 대해서 게을렀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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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더 중요한 두번째 요소는 바로 사탄의 존재입니다.


이 영화에서 꽤나 개인적인 주관을 통해 삽입된 요소인 사탄은 섬뜩하지만 시각적으로나, 내용면으로나 큰 각인을 시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겟세마네에서의 장면입니다. 여기서 사탄은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까지도 끝까지 이해 못한 '왜?'에 대한 해답을 미리 던집니다. 왜 고난을 준비하면서 저렇게 두려워 하는가? 왜 죽어야 하는가?


물론 사탄이 친절한 해설자는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말한 해답대로 될 가능성을 부정한 뒤 수난의 시간동안 계속 예수님을 목도하죠. 이 신경전은 물론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직후 완전 깨어집니다만.


사탄이 던지는 '왜?'에 대한 해답. 그리고 이를 위해 예수님이 공생애 동안 무엇을 가르쳐왔는 지를 보여주며, 그 사역의 절정인 수난의 시간을 통해 12시간이라는 제한된 순간동안 영화는 많은 것을 압축합니다.


물론 엔딩의 부활 장면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두시간의 러닝타임중 1분여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이 부활 장면이 주는 강렬함은 플롯의 비중을 차치하고서라도 예수님이 그 고난후 분연히 일어나 나아가는 장면만으로도 짙은 인상을 남깁니다. 물론 사복음서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오겠죠.


결국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폭력성은 영화를 이루는 축이 아닙니다. 다소 긴 수난장면의 시간비중과 직설적인 영상들은 이 영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다국적 배우들을 모아서 아람어 대사를 읊게하는 등 사실적인 영상을 보이려 애쓴 프로덕션을 고려 안하고 영상의 폭력성을 문제로 논한다면...바꿔 말하면 그건 이 부분을 논하는 이들이 폭력적인 부분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성경에 기록된 사실을 표현하는 방법보다는 깁슨이 가감시킨 이야기들이 좀 껄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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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지도 중인 감독 멜 깁슨

물론 득으로 보이는 시도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사탄의 존재라던지 자살 직전 보여지는 유다의 환영들 같은거요.


하지만 회개하지 않은 강도를 공격하는 까마귀 (이 장면에선 영화 '오멘2'가 생각나더군요.)라던지 땅에 쓰신 글씨로 구원받은 간음한 여인이 막달라 마리아였다는 설정 (이런 설이 있긴 있답니다), 예수님의 임종 직후 휘장이 찢어지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 (아예 성전 바닥이 찢어지죠) 등은 좀 위태하거나 아쉬운 설정이었습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평면적인 옛날 예수 영화들의 인물들과는 달리 살아있습니다. 또 요즘 영화답게 이 모든 요소를 치장하는 프로덕션도 살아 있고요.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자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보는 사람 각자에게 큰 신앙적 도전이 될 영화입니다. 잘 알려진 소재에 새로움만을 덧칠한 영화가 아니라는 의미죠. 부분부분에 대한 아쉬움으로 비난을 할지라도, 이 영화가 주는 강렬함과 그 중심에 서있는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무덤덤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이 영화에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봉직후 많이들 쓰는 표현이긴 한데...정말 이 영화에는 고난(Passion)을 표현하는 열정(Passion)이 담겨 있습니다. 멜 깁슨은 영화를 뒤덮는 예수님의 혈흔보다는 그분의 모습을 그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을 필두로 이슈화 되려는 영화로 보기에 이 힘은 너무나도 큽니다. 아마 눈보다도 마음과 머리로 영화를 이해하려 했다면 이 힘을 느끼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세상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정말 지극히 보는 사람 한명 한명이 개인적으로 느껴야 할 영화죠. 그리고 그 관점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저에게 너무나 큰 자취를 남긴 명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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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