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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기타 ETC

[A Walk to Remember]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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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투 리멤버 [A Walk to Remember]

출연 : Mandy Moore, Shane West, Peter Coyote, Daryl Hannah

감독 : Adam Shankman

(2002/Warner Bros.)



(이 글은 영화의 결말부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할 겁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영화를 보실 분들은 숙고하시길.)


버포드란 조용한 마을의 한 고등학교. 반항으로 똘똘 뭉친 문제아 랜든 카터는 패거리들과 함께 전학생에게 '신고식'을 강요하다가 그를 다치게 만듭니다. 법적인 처별을 간신히 면한 랜든은 학교장으로부터 몇가지 봉사명령을 일임받고는 매우 못마땅해 합니다. 경비일 보조, 주말 봉사활동... 그러나 제일 참을 수 없는 것은 학교 연극부의 일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동네 목사의 딸인 제이미 설리반이 연극부에 있기 때문이었죠.


랜든 패거리들의 놀림감이자 왕따이고, 괴짜 기질까지 있는 제이미를 랜든은 철저히 무시합니다. 그러나 진행중인 연극을 위해 열정을 갖게 되면서 제이미의 도움을 받게 되고,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패거리들의 눈총, 제이미의 아버지인 헤그버트 목사의 불신까지 감내하며 둘만의 사랑을 이뤄가던 랜든은 어느날 제이미가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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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플래너]의 감독이었던 아담 생크먼의 영화 [워크 투 리멤버]는 개봉직후 여러가지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단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크로스로드]처럼 영화의 주연을 팝스타인 맨디 무어가 맡았다는 점, 원작이 공전의 베스트셀러 소설이었다는 점, 그리고 근래의 틴에이지 무비답지 않게 건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등이 그 요소였죠.


그러나 개봉후 결과는 별로였습니다. 흥행성적은 나쁘지도 않았지만 대단한 것도 아니었죠. 평론가들의 평은 더욱 안좋았는데, 그 혹평의 대부분은 지독한 신파로 이어지는 영화의 구성을 지적했습니다.


네, 확실히 신파조의 영화입니다. 구성은 늘어져있고 긴박감을 유지하지도 못하고요. 후반부에 제이미의 백혈병이 이야기의 긴장을 고조시키지만, '죽을 병에 걸린 여자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티비 드라마가 한 수 위죠. 별로 쇼킹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운이 짙습니다. 일단 이런 순수한 사랑 이야기 자체가 우리에겐 너무나 오랜만이지요. 랜든과 제이미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랜든의 사랑 만들기는 간혹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귀엽기도 합니다. 여느 영화처럼 갈등의 구조가 크지도 않지만, 그건 그만큼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요.


특히 독실한 크리스천을 대변하는 제이미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왕따이자 괴짜로 묘사되지만, 그건 극중 랜든의 패거리들에게만 비춰진 모습일 뿐이지 실제로 제이미는 재치있고 현명한 소녀입니다. 랜든의 패거리와 제이미가 나누는 하나님에 대한 농담은 이런 제이미의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지요.


물론 제이미의 폐쇄적인 성격이나 아버지인 헤그버트의 엄격한 모습 또한 크리스천들의 부정적인 (꼭 부정적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모습을 어느정도 투영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도 제이미의 백혈병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요.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문제아인 랜든의 시선으로 관찰합니다. 결국 영화의 종국은 이 모든 낯선이들이 사랑과 신뢰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려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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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앙 자체에 대한 비유도 많이 있어요. 아웃사이더인 제이미에 대한 사랑은 잘나가는 건달이었던 랜든에게 있어서 자신이 이제까지 누려왔던 모든 것에 대한 포기와 동의어가 됩니다.


이처럼 사랑을 위한 포기라는 컨텍스트는 분명 크리스천들에겐 낯선 개념이 아니죠. 영화는 이런 비유의 점철입니다.
 

제이미는 데이트중 하나님의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카터에게 전하지만, 이 모든것이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왜냐면 그들이 느끼는 믿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그들의 수줍은 사랑에서 엔진이 걸리니까요. 랜든은 제이미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그녀의 선교의 대상은 아닙니다.


병상에서 제이미가 랜든에게 어머니의 비망록을 주면서 '걱정마 성경책은 아니니까'라면서 농담을 던지는 모습은 이런 둘의 관계를 잘 묘사해주고 있죠.


영화의 엔딩이 몇년이 지난 후의 시점에서 끝나는 장면도 좋습니다. 여느 연애담 영화들이 '섹스를 하는 것'을 연애의 최종착점으로 삼는 것과는 달리, [워크 투 리멤버]는 진실한 사랑이 랜든 카터라는 한 소년에게 어떤 믿음의 모습을 남겼는가를 보여주고 있지요. (실제 원작도 40살이 된 랜든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원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토리의 강렬한 흐름이 니콜라스 스팍스의 원전에서 먼저 나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홍보에서 맨디 무어 주연의 영화라는 것과 함께 축으로 삼았던 것이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이었으니까요. 미국의 크리스천 언론이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이유의 시발점도 바로 원작때문이었고요. 사실 원작의 무게에 비해 생크먼의 연출은 좀 산만합니다.


아마 이를 극복한 것은 배우들이 아닐까 싶네요. 일단 두 주연 배우들이 참 잘합니다. 맨디 무어나 쉐인 웨스트 둘다 제이미 설리반과 랜든 카터 그 자신이 되어 있고요, 두 사람 다 너무나 귀엽고 이뻐요. 헤그버트 역의 피터 코요테나 랜든의 어머니 역을 맡은 대릴 한나도 차분히 영화를 뒷받침 해주고요.


물론 크리스천 음악팬이라면 이 영화의 또다른 부분에 대해 관심의 초점을 맞출 수 있을거에요. 몇몇 요소들은 대중 크리스천 문화의 아이콘으로 제이미의 캐릭터를 둘러 쌓고 있습니다. 음악은 아니지만 식당에서 제이미가 보던 책은 하퍼 리의 [To Kill a Mocking Bird] (앵무새 죽이기) 였죠.


랜든과 제이미는 트럭안에서 서로 듣고 싶은 음악으로 아웅다웅하는데, 이때 제이미가 기를 쓰며 틀으려고 했던 노래는 레이첼 람파의 "If You Believe" 였고, 자동차를 수리하던 랜든이 듣던 음악은 자스 오브 클레이의 "Flood"...게다가 그 CD는 제이미가 빌려준 거였죠. (힙합을 좋아하는 랜든의 친구가 이 노래를 들으며 '그녀같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며 놀리기까지도 합니다.)


음악 담당으로 [웨딩 플래너]에서 생크먼의 영화를 뒷받침 해주었던 마빈 워렌은 이번 영화에서 스코어 음악으로 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백그라운드 음악보다는 사운드 트랙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스위치풋의 노래는 OST의 수록곡중 무려 3곡이나 영화중에 나옵니다.


그나마 나오지 않은 한 곡인 "Only Hope" 도 맨디 무어의 리메이크 버젼으로 바뀌어서 영화중 연극 장면에서 그대로 나옵니다. (사실 이 장면의 분위기는 좀 과하다할 정도로 맨디 무어의 콘서트 분위기로 빠지긴 합니다만.)


이처럼 영화의 부가적인 관심대만으로도 [워크 투 리멤버]가 크리스천 음악팬들을 끌만한 요소는 충분합니다. 스위치풋이나 자스의 노래를 배경으로 스크린 위에서 흐르는 러브스토리는 분명 우리에게 충분한 볼거리죠.


하지만 그런 관심대가 영화관으로 사람들을 부른 동기가 되었다면, 영화에 대한 느낌은 그 이상의 전개를 우리 앞에 펼쳐줍니다.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한 영화는 아닐지라도 이 영화에 담긴 마인드들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거에요.


무엇보다도 강팍해지는 문화코드들 속에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는 분명 남다릅니다. [워크 투 리멤버]는 신앙과 믿음, 그리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갖고 있는 이들의 백일몽에 대한 화답인 셈이에요.



:: MOVIE STIL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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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


PS : 출시된 DVD의 오디오 코멘터리-감독인 애덤 생크먼, 주연인 쉐인 웨스트, 맨디 무어의 대화-를 들으면 이 영화가 사운드트랙에 얼마나 큰 무게를 두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정말 재밌는 말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레이첼 람파의 이 노래 정말 좋지 않아요?", "....시사회에서 만났는데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구요",

"...저 어제 드디어 스위치풋이 부른 "Only Hope"를 들었어요...", "원래 맨디의 매니져가 이 노래를 갖고 왔을때는 전형적인 락발라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스 오브 클레이의 "Flood"가 나오는 장면에서) 전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이 영화에서 스위치풋의 노래("Dare You to Move")가 제대로 쓰인거 같아요. 원래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제일 먼저 기획된 곡이었죠.."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게다가 국내출시본의 자막도 잘 되어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