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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기타 ETC

Frank E. Peretti [Prophet] (199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Frank E. Peretti
[Prophet]
[예언자]

(1992/Crossway)



채널 6에서 진행되는 뉴스쇼 'NewsSix at Five'의 앵커맨인 존 배럿은 보장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최고의 진행자입니다. 낙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주지사 하이럼 슬레이터의 유세장마다 나타나 설교를 해대는 그의 '예언자' 아버지가 좀 불편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아버지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던 그는 어느날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배럿은 우연히 아버지가 어떤 큰 사건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과, 불의의 사고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그에게는 이상한 환청까지 들리게 되고요.


이혼한 전처의 아들인 칼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던 배럿은, 이 모든 것이 슬레이터의 낙태법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게다가 그에게 들리는 환청들도 그냥 환청이 아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자신에게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어떤 능력이 자기에게도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시나 이 책을 찾아 읽으실 분을 위해... 이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동소설 작가였던 프랭크 페레티는 [This Present Darkness]와 그 속편 [Piercing the Darkness]로 어마어마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죠. 영적전쟁울 다룬 이 두 편의 연작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주인공의 영적성장을 다루거나, 역사물을 재구성해온 그간의 기독 창작소설들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고요.


하지만 다크니스 연작은 그의 아동소설들처럼 여전히 환타지 소설의 형식에 더 많이 닿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시대적인 배경이 현대였어도, 인간들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천사와 악마들이 창과 칼을 부딪히는 내용이었으니까요.


반면 [Prophet]은 더 큰 기획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다크니스 시리즈처럼 한 마을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거대한 음모 따위는 없지만, 그건 이 소설이 열려진 플롯을 따라가는 전쟁물(?)이 아니라 천성적인 스릴러이기 때문입니다.



페레티는 이 소설을 위해 온갖 전문 분야의 지식들을 끌어 모읍니다. 티비 뉴스 방송의 제작과정과 그 실체, 낙태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 수사 과정의 증거물 처리에 대한 잡다한 상식까지도요. 심지어 그는 작중인물인 칼 배럿의 입을 빌어 미디어가 보여주는 환상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까지도 늘어 놓습니다.


마치 이 책이 나올 시기쯤에 비슷한 형식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들을 연상케도 합니다. ([주라기 공원]이 크라이튼의 힛트작이긴 하지만 그는 결코 공상소설 작가는 아닙니다. 그의 다른 작품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결과는 주목할만 합니다. 이미 [Piercing the Darkness]에서 사설과 플롯이 따로 노는 구성을 극복한 페레티는 [Prophet]에서 적절한 긴박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존과 칼 배럿 부자의 교감을 조성하기 위해 가끔 신파조의 장면들이 들어가긴 하지만, 헐리웃 영화의 남녀 주인공들의 쓸데없는 러브 인터레스트에 비하면 훨씬 양반인 편이에요.


책의 분량이 결코 짧지 않음에도 - 이 책의 번안본은 거의 천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입니다 - 이 정도의 긴박감이 유지되는 것은 분명 잘짜여진 구성의 공입니다.


여기에 살아있는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스릴러의 문법에 들어맞는 묘사들도 한 몫을 하고요. 다크니스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거대한 세력의 반발에 부딪히게 됩니다. 게다가 이 멤버들은 신앙에서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거죠. 주인공 존은 10살때 만난 하나님에 대한 아련한 기억만을 갖고 있고, 아들인 칼은 크리스천이 받을 수 있을만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반항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소설의 모토는 '진실'입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진실을 밝혀낸 배럿 부자는 그 뒤안에 자신들이 몰랐던 -혹은 부정해왔던-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되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배럿이 받은 '예언의 은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냉철한 전문지식으로 일관되는 내러티브에서 존 배럿의 '예언의 은사'는 가히 초자연적인 부분으로 놓아야할 부분입니다. 특히 하이럼 주지사의 딸에 대한 예언을 하는 부분은 거의 절정에 이르지요. 그외에 배럿 부자가 보는 어린 양의 환영들도 여기에 속하고요.


하지만 배럿 부자의 믿음은 이런 은사와 환영에 의지해서 자라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의 이런 선물은 진실을 밝혀나감에 있어서 일종의 지원군 역할정도만 하고 있어요. 그들의 작은 믿음은 단편적인 기적이 아닌, 거대한 사건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납니다. 페레티는 이 균형을 아주 잘 맞추고 있어요.



당연히 다크니스 시리즈보다 배경의 스케일은 훨씬 작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인 진행의 박진감과 사실성은 전작들보다 몇 수 위에요. 페레티도 여기에 힘을 입었는지 [The Oath]와 [Visitation]으로 이어지는 힛트작의 퍼레이드를 시작하지요.


우리나라에도 [예언자]라는 제목으로 94년에 완역본이 나왔습니다. 번역또한 더 바랄 나위없이 매끄러웠고요. 다만 판매가 부진했나 봅니다. 이 책 이후 페레티의 후속작들은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없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하긴 기독 공상소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라네요. 제 생각엔 아예 이런 분야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게 더 본질적인 이유인것 같습니다만.

(2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