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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기타 ETC

Frank E. Peretti [This Present Darkness] (198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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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E. Peretti
[This Present Darkness]
[어둠의 권세들]


(1986/Crossway)



미국의 작은 대학도시 애쉬턴의 신문사 '애쉬턴 클라리언'의 편집장인 마샬 호건은 기자인 버니스 크루거와 함께 도시의 카니발 행사때부터 무언가 이상한 전운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하고 취재를 시작합니다.

목사인 올리버 영을 포함한 도시의 명망있는 재력가들과 고위직들은 전부 옴니재단이라는 베일에 쌓인 단체와 연계하여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고, 이를 파헤치려던 호건은 계속 보이지않는 위험에 몰립니다. 한편 신실한 목사인 행크 부쉬는 교인들과 함께 기도의 연합을 이루려고 하지만 그도 역시 성폭행죄를 뒤집어 쓰고 감금됩니다.


그즈음 애쉬턴의 수호천사장인 탤은 루시어스와 라파라는 악마가 애쉬턴을 장악하기 위해 옴니재단을 움직여서 도시를 손아귀에 넣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천사들은 도시에 남아있는 몇몇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를 저지하려고 하지만, 옴니재단은 그 세력을 이미 도시전체에 뿌려놓은 상태였어요.


특히 랜스트러더라는 교수가 이끄는 뉴에이지 프로그램은 대학 전반을 장악한 상태였는데 여기에 깊게 빠진 학생중에는 호건의 딸인 샌디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부쉬 목사를 만난 호건은 그를 통해 하나님을 영접하게 되고,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옴니재단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반격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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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전 소설입니다. 크리스천 Sci-Fi 분야에선 가히 고전으로 놓을만한 책이 되었군요. 프랭크 페레티의 소설 [This Present Darkness]는 출간당시 그야말로 충격의 화제작이었습니다. 그간 소개되었던 신앙소설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깬 작품이었지요.


이후 페레티가 쓴 속편인 [Piercing the Darkness]까지, 이 두권의 책을 통해 미국 크리스천 픽션계에는 새로운 장르가 마련된 셈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C.S 루이스가 근간을 이룬 '나르니아 연대기' 이후 후배 작가들이 크리스천 판타지/공상과학 분야의 새로운 물꼬를 터낸 것입니다. 그래서 [This Present Darkness]는 작품의 퀄리티만큼이나 작품자체의 의의가 큰 소설입니다.


내용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이 소설은 영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페레티의 소설은 영적전쟁에 대한 개념을 훨씬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 소설에서 탤이 이끄는 천사군단은 그야말로 창과 검을 휘두르며 악마들과 부지런히 싸웁니다.


심지어 이들의 전쟁은 인간들의 세상에 물리적인 영향까지 행사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은 옴니재단의 비리를 파헤치려고 위장잠입한 수잔이 트레일러를 타고 탈출하는 부분입니다. 악당들이 차를 타고 추격하는 이 부분에서 천사들은 주위를 날면서 수잔의 트레일러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를 합니다.


재미있는 디테일도 있습니다. 천사들이 영적지원을 위해서 성도들의 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던가, 사람이 악령의 공격을 받을때에도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시험'을 이겨내도록 일부러 반격하지 않는 장면들이 그 예입니다.


게다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천사와 악마들간에는 일종의 교전수칙같은것이 통용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전면전이 있기전까지 천사와 악마들은 잠정적인 휴전상태기때문에 만난다 하더라도 서로 시비나 거는 사이이지만, 교회에서는 악마의 임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요.


당연하겠지만 이 소설은 그야말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히 많은 신학자들은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천사와 악마의 구체적인 묘사에 대해 지적했어요. 성경에도 천사들을 증거한 이들은 많았지만, 이들이 이렇게 계급체계를 가진 군사집단으로 묘사될 수 있는가... 이들이 인간의 세계에 이처럼 물리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화두였죠.


그러나 페레티는 이 소설에 대해 의연했습니다. 자신의 소설에 대한 그의 입장은 픽션이 가질 수 창작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죠. 페레티조차도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영적전쟁의 묘사에 대한 고집은 없었습니다. 결국 영적세계의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조차도 커다란 비유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죠.


대표적인 장면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려고 주인공의 차를 고장내기 위해 천사가 자신의 검을 본네트에 내리꽂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차는 (칼로 내리꽂았는데도) 외상없이 '원인불명의' 전기계통 고장때문에 멈추게 되죠.


이런 논쟁의 여지를 뛰어넘는다면 이 소설은 영적세계와 인간세상의 대차대조가 보여주는 설정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사실 내러티브의 전반부는 이런 설정들이 주요한 엔진이 됩니다.


그러나 두개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각각의 세계에서 보이는 선과 악의 구도까지 겹치면서 내용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클라이막스를 위해 달려가면서 이 모든이들이 한군데 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줄거리가 산만하다는 느낌이 좀 들어요.


사실 영적인 비유보다도 이 소설에서 더 강조되는 것은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경고입니다. 페레티가 이 소설을 쓴 80년대 중반만 해도 이런부분에 대한 경종들이 많이 울렸던 때이죠. 뉴에이져들의 음모는 이들이 일개악당 집단이 아닌 온 도시와 도시내의 재력가들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거국적 단체라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소설의 결말에서 이들의 음모는 산산조각나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이들의 활동-정신수련이라던지 유체이탈 체험-들이 실제 사회에서 종종 시도되는 일들이라는 점에서, 분명 그당시 독자들은 섬뜻했을거에요.


참신하지만 아직은 덜 다듬어진것 같아보이는 아쉬움은 3년뒤 발표된 속편 [Piercing the Darkness]로 극복됩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속편에 비해 평가절하될 필요는 없죠. 아까도 말했듯이 그 의의자체가 소설의 질을 뛰어넘으니까요.


(2003/04)


PS:리뷰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죠? 마이클 W 스미스의 88년 앨범 [i2(eye)]에 수록된 연주곡인 'Ashton'은 이 책의 배경이 된 마을이름에서 그 제목을 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