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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비디오 VIDEOS

Crystal Lewis "More"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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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 Darren Doane (2002/Metro One)


제 기억으로 크리스탈 루이스의 뮤직 비디오는 그다지 독특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Beauty of the Cross", "Beauty for Ashes", "Lord I Believe in You"... 일단 비디오로 만들어진 노래들이 차분한 발라드들이니 뮤직 비디오가 그다지 특출날 것은 없었죠.


컬렉션 앨범 [More]의 수록곡인 "More"의 뮤직 비디오는 마치 이런 흐름을 의도적으로 어긋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정말 이 뮤직비디오는 '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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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컨셉은 헐리우드 영화식 액션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이 뮤비에서 루이스는 짝 달라붙는 레더슈트를 입고 슬로우, 슬로우, 슬로우 모션으로 악당들을 제압해 나가는 여전사로 등장합니다.


 
외적인 액션에만 치중하는것 뿐만 아니라 중간에는 변호사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사건 소송보다는 그냥 민사 변호사같더군요. 판결후 가족들이 달라붙는걸 보니 말이에요.) 게다가 감옥에서 탈출하고, 스포츠카도 운전하고... 할껀 정말 다 합니다.


후반부의 액션씬은 기본적으로 영화 [매트릭스]의 여주인공을 벤치마킹한것 같은데, 사실 감독은 이런 부분을 별로 숨기지도 않습니다. 복장이나 엘레베이터 앞에서의 쇼트도 똑같고요. 아주 노골적인 패러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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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뮤비의 구성이 깔끔하기라도 하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크로스오버의 활성화 이후 크리스천 뮤직 비디오에도 물량 투입이 많이 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More"의 뮤직비디오는 철저히 저예산의 싼 티를 냅니다. 마치 80년대 후반 스티븐 예이크의 드라마타이즈 비디오를 보는 듯해요. 아니 그것보다 더하죠. :) 어짜피 패러디라는 기본 전제가 있었으니 별다른 선택은 없긴 없었을 거에요.


여기에 상황을 고조시키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루이스 자신입니다. 일단 온전하게 바디더블을 쓸 여력이 없다보니, 자신이 직접 스턴트에 투입이 되는데 그 어색한 모습이란... 뭐랄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일단 뭐 나이도 적잖은 아줌마잖아요. 악역을 맡은 밴드 멤버들의 허울좋은 똥폼도 분위기와 아귀가 안맞기는 매일반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유치한 요소들은 애초에 이 비디오가 심각한 척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제때문에 적당히 해소 됩니다. 일단 뮤직 비디오 하나가 특별한 스토리 없이 영화 예고편을 표방한듯한 클립들의 모음으로 이뤄지는 가벼움을 보임으로서 이를 증명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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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20자평' 자막이 그 유치함에 절정을 이룹니다. 미국의 대중매체 영화 평론가들이 주로 쓰는 관용 문구를 우스꽝스럽게 변용해서 갖다 붙이는 황당함은 뮤직 비디오의 막바지까지 이어지는데 보고 있노라면 정말 웃음이 안나올 수가 없습니다.


 
제일 압권은 '와호장룡'의 패러디입니다. "Crouching Crystal, Hidden Lewis" 그러니까 "와 크리스탈 장 루이스"가 되는군요. 그외에 '분노의 질주', 'Two Thumbs Up' 등 유명한 영화제목이나 표현들도 보이고요.


게다가 시작부분에는 미국 영화등급 표시 포맷으로 'A' (All Audience)까지 보여집니다. 물론 이런 등급은 존재하지 않죠. 모두 다 장난스럽기 그지 없는 요소들입니다.


이런 모든 넌센스를 감안하고 즐긴다면 "More"의 뮤직비디오는 루이스의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거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대다수의 팬들에게 보편적인 감상이 될 수 있겠냐는거죠. 말나온김에... 차라리 조금 더 유치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러기엔 루이스가 너무 심각한 가수이죠.


사실 이 뮤직 비디오에서도 충분히 망가졌다고 생각해요. 혹평이 아닙니다. 크리스천 블루 아이드 소울의 여왕이 어색한 홍콩식 무술을 보이는 모습은, 전에는 몰랐던 소탈함을 느끼게 해주었거든요.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 이미지의 상충에서 오는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녀의 캐리어에 이런 뮤직 비디오가 하나쯤 있는것도 그다지 나쁠건 없을거라고 봐요. 나름대로 재밌었습니다.




(2002/08)


PS1 : 20자평의 자막에 등장하는 평론가 중에 락그룹 LSU의 리더인 마이클 놋의 이름이 나옵니다.


PS2 : 이 뮤직 비디오가 포함된 DVD에는 메이킹 필름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역시 날림으로 만들긴 했더군요. 촬영기간은 겨우 이틀이었고, 실내장면은 모두 같은 건물안에 있는 세트에서 찍었답니다!!


PS3 : DVD 구입에 도움을 주신 김성진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