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Brown Bannister
(2003/Word)
마크 슐츠의 새로운 앨범 [Stories and Songs]가 발표되었을때 홍보 카피 문구는 '크리스천 음악계 최고의 이야기꾼이 돌아왔다'였습니다. 딱 어울리지 않나요? 그의 힛트곡 "He's My Son"이나 "I have been There"를 비롯한 몇몇 곡들이 모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노래들이었으니까요.
결국 [Stories and Songs]는 이런 구성의 확장판입니다. 각 노래들마다 주석이 달려있는 형식은 전작인 [Song Cinema]와 같지만, 이 앨범의 주석들은 곡의 영감을 준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담고 있거든요.
'확장된 구성'이란 말은 사실 이 앨범을 통해 새롭게 시도된 요소는 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마크 슐츠라는 아티스트의 특성을 더 확실하게 드러나게도 해주었죠. 아마 저보고 마크 슐츠에 대해 소개하라고 해도,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러'라고 말할테고, 그 좋은 예로 이 앨범을 들거에요.
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이야기들'에 대해선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구성면에서 참신한 부분이 없다면, 확장시킨 구성이 갖고 있는 특징을 차라리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게 나았을텐데 [Stories and Songs]는 이런 점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비하인드 스토리들의 폭을 더 넓히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미입니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은 실화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슐츠 자신의 개인사적인 느낌을 담은 감상들이 꽤 많거든요.
물론 한 아티스트의 음반이 무슨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수록된 실화들을 읽는 분위기만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앨범 컨셉을 그렇게 잡았다면 실화에 근거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노래의 테마들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 넣어줬을 수도 있겠고, 슐츠정도의 아티스트라면 이런 시도를 분명 해볼만 했을 겁니다.
사실 [Stories and Songs]도 어느정도 이런 컨셉을 지향한 앨범이고요. 그렇다면 개인의 심상을 담은 운문적인 글보다는, 어떤 일화가 담긴 산문적인 이야기들로 채울 법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런 아쉬움은 부가적인 것입니다. 실화를 노래의 테마로 잡는 것이 꼭 필수는 아니죠. 하지만 앨범의 개략적인 인상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이 앨범을 감상할 수록 희석되어 간다는 느낌은 여전히 좀 남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음악들은 탄탄합니다. 마크 슐츠의 음악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신만만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아름다움이 앨범에 빼곡히 배여있습니다.
빠른 스타일의 "You are a Child of Mine", "Everywhere"라던지 발라드 타입의 "Do You Even Know Me Anymore", Time That is Left" 같은 곡들은 두말할 나위없이 전작의 무드를 모범적으로 잇고 있습니다.
이런 노래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데, 여기에 "Running Just to Catch Myself"같은 노래는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도 더 풍성한 노래의 가사와 더불어 앨범 안에서 하나의 작은 뮤지컬을 보는 듯한 절정의 쐐기를 박기도 합니다.
특히 앨범의 주된 테마인 '남아있는 삶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하나님에 대한 찬양으로 연결하는 "Time That is Left"는 발군의 트랙입니다. 이 노래는 앨범에서 실질적인 주제가 역할을 하면서, 다른 '노래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한데로 모으는 역할까지 하지요. (부클릿에서도 슐츠 자신이 이 곡을 앨범의 중요한 테마로 잡았다는 코멘트를 합니다.)
이런점을 생각하면, 아까 위에서 이야기했던 구성상의 한계에 대한 점도 좀 이해가 갈만하죠. 여러 이야기들을 모으면서 그안에서 한가지의 주제를 집중시키기가 쉽지는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쉬운건 아쉬운 겁니다. 역설적으로 [Stories and Songs]가 썩잘만들어진 앨범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한거 같아요.
(2003/12)
PS : 슐츠의 처음 두 앨범에 이어서, 이 앨범의 자켓사진에도 피아노가 등장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