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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아웃 오브 더 그레이 Out of the Grey [6.1]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onroe Jones

(2001/Rocketown)




아웃 오브 더 그레이가 가세함으로써 로켓타운은 (지금은 레이블을 떠난 윌셔까지 포함해서) 세팀의 부부 듀엣을 갖게 되었군요. 하지만 OOTG는 윌셔나 워터마크와는 격이 틀린 팀입니다. 90년대 크리스천 음악계를 통털어 부부듀엣으로 메인스트림의 물결에서 당당히 버텨내온 유일한 팀이지요. 단순히 부부 가수이기때문에 화음을 보여주는, 그런 수준이 아닌 그들만의 완연한 음악세계를 가꿔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바로 전작인 [See Inside] 후에 공백이 너무 길었어요. 초기 앨범같은 화려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수준작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아마 가족간에 일이 많았겠지요. 아이들이 한창 신경써줄 나이들이 되었으니까요. 아무튼 98년 컬렉션 앨범 이후 좀체 소식을 듣기 힘들었던 이들이 올해 초 레이블을 이적한 뒤 발표한 첫 앨범이 바로 [6.1] 입니다.


덴테 부부가 이 앨범에 많은 포부를 갖고 있다는 점은 앨범의 타이틀만 봐도 드러납니다. 제목인 [6.1]은 OOTG의 (물론 컬렉션을 제외한) '여섯'번째 앨범이자, 새로운 레이블인 로켓타운에서의 '첫'번째 앨범이라는 의미지요. 그만큼 그들의 음악적인 현황을 재조명하는 암시가 담긴 제목입니다.


간만의 앨범이니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역시 제일 큰 것은 프로듀서입니다. 찰리 피콕과 브라운 배니스터에 이어 몬로 존스가 이들의 프로듀싱을 맡았죠. 물론 레이블 메이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마이더스의 손으로 등극하고 있는 존스가 OOTG와 만난다면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해 볼만도 하죠.



OOTG의 앨범들은 섣불리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그건 이들의 뛰어난 음악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아요. 이들의 음악은 단번에 그 흐름이나 멜로디의 흥겨움을 감지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며 계속적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서서히 잡아끄는 독특한 매력이 있거든요. 아마 팬들의 태반은 이런 매력에 OOTG의 음악을 찾을 겁니다. 특히 찰리 피콕이 프로듀싱한 초창기 음반들은 이런 성향이 더했죠. 피콕 자신의 음악도 이런 '은밀한 매력'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OOTG의 음악에서 이런 매력이 다소 희석화 된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초창기 '얼터너티브' 음악의 전형으로 호평받았던 OOTG가 최근에는 보편성있는 주류음악의 태를 입기 시작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죠.


[6.1]은 초창기 앨범을 그리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 그만큼 OOTG 고유의 매력이 잘 살아 있는 앨범이 되었어요. [6.1] 안에 담긴 11곡의 - 히든트랙까지 포함해서 12곡의 트랙을 지나다보면, 귀에 딱 붙는 트랙 하나를 집긴 어려워도, 은연중 앨범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픈 그런 욕구가 슬며시 생깁니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6.1]이 CD 플레이어를 좀처럼 떠나지 않게되는 그런 마력같은 힘을 다시 발휘하는 거죠.


"Shine like Crazy"같은 메인 타이틀, 중간 분위기의 "Brave"나 강렬한 흐름의 "Waiting", 차분한 분위기의 나머지 곡들 모두 이런 흐름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들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6.1]은 큰 의미가 있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의 앨범이어서 그런지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초창기 앨범에서 보여지던 매력이 재현되긴 했지만, 곡들의 차분함이 너무 과도한 것은 앨범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초창기 앨범들은 여러 악기들-특히 키보드의 선있는 연주를 통해서 앨범이 루즈해지는 것을 피해갔지만, [6.1]에서 그런 특출난 편곡은 별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느린 곡들 위주의 구성때문에 이런 맹점은 더욱 두드러지고요. 프로듀싱의 문제일까요? 글쎄요. 하지만 강렬한 비트의 곡들이 조금만 더 가미되었어도 이런 문제는 해결되었을 겁니다. "Shine Like Crazy" 라던지 "Brave", "Waiting" 같은 다소 센 곡들이 있긴 하지만,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크리스틴 덴테가 혼자 작곡한 노래들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 앨범의 특징입니다. "What's It gonna be", "With All My Heart", "Tell Your Story", "The Words", "Grace, Mercy and Peace"... 앨범의 절반을 그녀 혼자서 작사/곡한 셈이죠. 게다가 이 노래들의 분위기가 너무나 유사합니다. 예전 앨범에서 그녀가 혼자 작곡했던 "Dear Marianne", "Joy" 같은 곡들을 생각하면 됩니다. 공동작곡이었지만 "Leave the Light On", "The Deep"같은 노래도 비슷한 분위기였죠.


골수팬이라면 눈치채셨겠지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노래들 대부분이 OOTG 앨범의 클로징을 장식한 피날레같은 소품들이었습니다. 단선적인 어쿠스틱으로 차분하게 시작되어 크리스틴이 주도하는 소품같은 발라드 말이에요. 조용한 싱글들이었지만, 화려한 앨범을 마무리하는 압도감이 생생했던 곡들이었죠.


그러나 이런 분위기의 곡들이 대폭 늘어나서 앨범의 여기저기에 배치된 것은 음반 흐름의 일관성을 방해합니다. 차분한 앨범의 분위기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곡들의 흐름에서 오르고 내리는 기복이 굉장히 감소되었어요.


물론 차분한 싱글들 각개적으로는 참 좋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곡들이 소품같은 분위기를 풍기기에 앨범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작게 느껴집니다. 4년만의 앨범이라면 조금 증폭된 스타일을 보여줄 만도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의도적으로 지향된 스타일이라면, 다음 앨범에서는 다소 방향선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보컬은 여전합니다. 크리스틴은 크리스틴 덴테의 보컬을 내고 있고, (가끔 나오긴하지만) 스캇도 스캇 덴테의 보컬을 내고 있습니다. 수십명의 보컬속에서라도 구분이 갈만한 그들의 목소리는 이 앨범이 OOTG의 것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사는... 여전히 친근함과 편안함, 일상성으로 둘러쌓인 경배와 찬양입니다. 특히 음악적인 분위기와 세 아이의 엄마라는 크리스틴의 모습때문에 침대 머리맡에서 불러주는 한시간짜리 자장가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요. 음악만큼이나 쉽게 음미할 수 있는 가사들도 여전히 OOTG의 음악에 남아있는 매력중 하나죠.


아쉬운 점이 다소 있긴 하지만, 그들 음악의 매력포인트에서 만큼은 OOTG 고유의 색깔을 남긴 앨범입니다. 총괄적으로 평가하면 '그들의 데뷔 앨범 [Out of the Grey]에서 비트와 편곡의 치장이 다소 감쇄된 음반'-이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어요.


골수 팬들은 좋아할만 하죠. [Out of the Grey]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으니까요. 새로이 이들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감이 있겠지만, 이정도로도 OOTG가 어떤 팀인지는 충분히 말해준 셈입니다. 다음 앨범을 기대해보죠.


(2001/11)


PS: 윌셔가 로켓타운을 떠났다고 해서 글을 좀 수정했습니다. 휴스턴 사시는 민규님이 정정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