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Sal Salvador & Mike Linney
(1999/Word)
배리 블레이즈의 원맨 프로젝트 팀인 코드 오브 에틱은 상업적인 매력이 가득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선두적인 위치를 구가하는 팀이 되지는 못해왔습니다. 게다가 작년의 앨범 [Soulbait]는 이전의 앨범들에 비해 별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죠.
모던락적인 성향의 [Soulbait]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전의 앨범들인 [Arms Around the World]나 [Code of Ethics]는 흔치 않은 테크노/댄스 사운드를 소개한 앨범들임에도 '흔치 않은 음악에 상업적인 당의정을 입힌' 노래 정도로 생각 되었습니다.
코드 오브 에틱의 명성이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코드의 음악이 시류에 맞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80년대라면 코드의 음악은 큰 인기를 끌만했지만, 블레이즈가 음악계에 투신한 90년대는 이미 라우드나 전자사운드가 주류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코드의 음악은 궁극적으로 두터운 매니아층만 확보한 정도였죠.
그러나 마치 수순을 밟는것 처럼 최근의-'세기말'에 새로운 경향이 음악계에 일어 났습니다. 일반 음악계를 필두로 하드코어,테크노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거죠. 프로지디의 성공을 시작으로 이런 새로운 경향의 붐은 영화 사운드 트랙에서 한풀이라도 하듯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볼만한 시각효과로 치장한 SF 영화들-[스폰(Spawn)], [블레이드 (Blade)], 그리고 요즘 극장가에서 한창 화제를 몰고 있는 [매트릭스(Matrix)]같은 영화들의 사운드 트랙에서 테크노 사운드는 21세기를 구가할 전형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1년도 남짓한 기간동안 일어난 혁명적인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이 짧은 변화의 이후에 코드 오브 에틱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배리 블레이즈의 새 앨범 타이틀은 재밌게도 그의 라스트 네임을 그대로 딴 [Blaze]입니다. 제목 그대로 불꽃과도 같은 느낌의 음악을 들려 줄 것 같은 눈치가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앨범 제목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다 더 그의 본령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의도로 해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군요.
이런 성가신 해석에 답지라도 해 주듯이 [Blaze]는 [Soulbait] 에서 잠시 우회했던 코드의 음악을 다시 전형적인-어찌 보면 코드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제일 전형적인 댄스/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음악의 회귀과정에서 블레이즈는 메시지 적인 중심을 다시 조정하는 작업도 첨가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Blaze]는 테크노 사운드로 만들어진 "경배와 찬양" 앨범이 되었습니다.
다른 설명보다는 트랙의 제목 리스트만 봐도 충분합니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Psalm 19"와 "I Love You Lord"가 빈야드와 마라나타의 곡을 테크노버젼으로 리메이크했다는 사실로도 블레이즈가 어떤 의도로 [Blaze]를 기획했는지는 잘 알 수 있습니다.
[Blaze]의 가사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터치나, 그 해결책에 대한 성경적인 조명이 없습니다. 단지 개인이 하나님께 고백하는 기도와 찬양 그리고 경배와 메시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케이스 뒷면의 앨범 자켓에 써있는 "경고: 내용물이 화끈합니다 !"라는 재치있는 카피라이트는 분명 [Blaze]의 음악적인 면에만 한정시킨 의미 임에 분명합니다. [Blaze]는 완전한 경배와 찬양 앨범으로 만들어 졌거든요.
트랙의 전두부를 차지하는 "Hallelujah 2000"과 "Father"는 이 앨범에서 가장 멋진 트랙들로 앨범의 분위기 자체를 확실하게 정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렬하고 빠른 최근의 경향을 여실하게 담고 있는 곡들이죠.
그러나 그루부한 분위기가 풍기는 "Exalted" 이후부터 멋진 발라드인 "Psalm 19", 또다른 차분한 분위기인 "Move Me"로 이어지면서 이 앨범은 강렬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참신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이 진행에서 "I Love You Lord"의 리메이크와 함께 어우러지는 메들리 등의 새로움, 그리고 어덜트 컨템퍼러리에서 느낄 수 있는 멜로디와 화음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Pure and Holy"로 이런 분위기에 약간의 변박을 줍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역시 어두운 분위기의 "My Everything"만이 남을 뿐입니다.
[Blaze]를 단 한번 감상하는 느낌은 마치 세찬 물보라부터 맞딱드리는 큰 파도를 맞은 뒤, 다시 쏠려 나가는 물살을 발밑으로 경험한 뒤 그 즉시 등을 돌려 해변가를 떠나는 듯한 짧은 느낌입니다. 10개의 트랙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총 40분도 안되는 트랙 타임은 높은 단 한번의 클라이 막스이후 서서히 사라지는 불꽃놀이를 본 것 같아요.
앨범 전체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이런 부분은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앨범을 차지하고 있는 곡들의 밀도가 성성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곡들의 가사가 다양하게 전개시킬 수 있는 내용들보다는, 더 원론적인 경배와 찬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유 때문입니다.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가 했음에도 앨범의 느낌은 소박해 보였던 [Exodus]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되겠지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곡의 수를 늘리는 경우를 기대해 볼만도 했겠지만, 장르의 특수화가 된 음악은 앨범에서 같은 스타일이 지속되는 경우 보편적인 청취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위험도도 있으니 블레이즈의 선택은 어찌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Arms Around the World] 이후 4년만의 음악적인 회기를 맞이 했으니 약간의 적응의 시기도 필요할 수 있겠고요. 블레이즈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의 전공으로 돌아온다는 기쁨도 있었겠지만, 오랜만의 회기가 조심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을것 같군요.
앨범 전체적인 면의 간소함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을 약간 뒤로한다면, [Blaze]의 수록곡들은 각개적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멜로디의 느낌도 뛰어나지만, 이런 멜로디의 전개들이 보컬보다는 전체적인 편곡과 연주와 더 조화를 맞출 수 있도록 감안되었다 는 점에서 더더욱 만족스럽구요. 역시 그런 정점은 아까 말한 처음 두 곡에서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 몇몇 발라드 곡 "Move Me"나 "Here in My Heart", "Pure and Holy"같은 노래들은 오히려 보컬 그 자체나 보컬간의 화음에도 큰 의지를 하는 곡들이 되어 있습니다. 앨범을 여는 강렬한 느낌의 곡들과는 상반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런 곡들을 편곡해서 오히려 회중들이 부르는 경배와 찬양곡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안의 메시지야 전형적이니, 블레이즈가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겠네요.
[Blaze]는 음반 전체적으로 경배와 찬양 앨범이 갖고 있는 성격을 이식받은 탓에 왠지 소품같은 느낌이 드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이 코드 오브 에틱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앨범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자명합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열광하고 있는 팬들의 입소문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 장르가 화제의 초점으로 모아지고 있는 요즘의 음악계 분위기만 봐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죠.
이런 최근의 성향에 발맞춰 [Blaze]의 상업적인 성과가 높이 이뤄질 지는 아직 두고봐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코드의 다음 앨범을 위한 가교적인 위치에 놓이는 정도의 평가로 끝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순화작업을 통한 기독교 음악이라는 블레이즈의 자각적인 재 정의의 노력때문에라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 받을만 합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코드 오브 에틱이 '테크노/팝 그룹'이라는 것과 함께 '크리스찬 그룹'이라는 사실을 듣는 이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으니까요.
(199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