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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에미 그랜트 Amy Grant [Time Again...Live]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Steve Bishir, Amy Grant
& Brown Bannister (for "In a Little While" Studio Ver)

(2006/Warner)





다들 아시겠지만 사소한 정보 한 가지. 국내 라이센스사 홍보 문구에서는 이 앨범이 에미 그랜트의 '세번째' 라이브 앨범이라고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번째입니다. 1981년에 나온 라이브는 그 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기 Volume 1, 2로 분리되어 발표되었어요. 커버 뒤에 써있는 말대로 [Time Again... Live]는 그녀의 활동기간 30년 가운데 25년만의 라이브 앨범입니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웬지 그녀의 라이브를 자주 본 느낌이 들어요. 사실 그렇죠. 영상물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라이브 실황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Time Again... Live]의 진정한 의미는 에미 그랜트의 라이브라는 점 보다는 30여년간 활동의 베스트 곡들을 한데 만날 수 있다는 감흥의 의미가 더 큽니다. 세상에, 저는 에미 그랜트의 라이브에서 다시 한번 "Baby Baby"나 "Good for Me" 같은 곡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물론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곡들이 처음 불려졌을때와 같은 뉘앙스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Time Again... Live]는 포크 스타일에 기반한 세션들로 진행되는 공연입니다. 그녀의 힛트 리스트 중 댄스팝의 카테고리에 놓일만한 "Good for Me"나 "Baby Baby" 역시 이 세션에 맞춰진 컨버젼이 되었어요.



(1곡의 스튜디오 녹음을 제외한) 17곡의 노래들은 잘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에미 그랜트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베스트를 꼽았을때 어찌 이 곡들 뿐이겠습니까. 그런 구분이 무의미 할 정도로 풍성한 넘버들을 갖고 있는 에미 그랜트이기에 '이런 곡은 제대로 들어갔다' 혹은 '이 곡이 왜 빠졌을까?'라는 복잡한 생각마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모든 노래들이 다 반가울 뿐이에요.


중간에 멘트가 종종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전체는 수려하게 흘러 갑니다. 공연이나 노래에 대한 코멘트 조차도 곡과 어울려 리드미컬하고 간결하게 덧붙이고 있거든요. 물론 편집의 결과도 작용했겠지만, 17곡의 라이브는 결코 길거나 지루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편안한 만큼이나 그랜트 자신이 라이브를 이끌면서 최대한의 보컬 역량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드는 라이브는 아닙니다. 특히나 앨범의 오프닝에서 비교적 저음의 멜로디로 시작되는 "Lead Me on"이나 그 반대인 "Good for Me"에서 조금 힘겨워한다는 느낌도 들 정도에요.


하지만 에미 그랜트의 라이브에서 기대하는 것이 '끝내주는 보컬'인 관객이 얼마나 될까요? [Time Again... Live]는 길디긴 음악 여정의 행보를 관객들 앞에서 함께 나누는 한바탕의 장입니다. 그 향수를 달래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라이브에요.


물론 그런 '향수'에 의지하기 힘든, 다시말해 에미 그랜트의 예전 노래들을 잘 모르는 팬들에게 이 라이브가 얼마나 큰 느낌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제가 객관적인 평을 하기는 힘들거든요.


하지만 그만큼이나 에미 그랜트의 팬들에게라면 일말의 부족함 없는 선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드는 그런 라이브입니다.




DVD는 트랙들은 뭐라고 언급하기에 부족합니다. 사실 라이브 DVD를 위한 홍보의 의미 정도거든요.


세션들은 훌륭합니다. 다만 빈스 길은 -적어도 음반 버젼에서는- 웬지 존재감이 없는 게스트처럼 느껴집니다.


"In a Little While"는 저도 좋아하는 곡입니다만, 스튜디오 버젼으로 리메이크할 만한 최고의 곡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마 그랜트 자신에게도 힛트넘버 리메이크 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더 컸으리라 생각되요. 솔직히 그냥 이 보너스 트랙은 빼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007/03)



PS1 : "Saved by Love"를 부르기 전 그랜트는 이 곡이 자신의 누이인 캐롤을 위해 만든 곡이라고 언급합니다. 가사에 나오는 'Laura'는 캐롤을 지칭한 곡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87년에 나온 이 곡의 앨범 버젼 후반부에서 그랜트는 'Laura'를 'Amy'로 바꿔 불렀죠.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곡을 에미 그랜트의 자전적 노래라고 생각했고요. 좀 이상하긴 하지만... 뭐 둘 다 맞는 말일겁니다. 이 곡을 부를때 빈스 길이 게스트로 나온 것도 그렇고요.


PS2 : 16번째 트랙 "Believe"는 그랜트가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인 '세가지 소원(Three Wishes)'의 주제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