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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Farewell]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etra

(2005/Inpop)





일단 새 앨범으로서 이야기를 논해보죠. 페트라의 마지막 라이브 앨범 [Farewell]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좋은 음반입니다. 슐리트의 보컬과 퍼포먼스는 앞으로도 한 10년은 더 해도 될만큼 힘이 넘칩니다. 알차게 포함된 레퍼토리들은 듣고 있는 동안 전혀 지루함이 없게 해주고요.


하지만 이 앨범은 한편으로는 철저히 팬 서비스 앨범입니다. 우선 신곡이 없는 라이브 앨범이라는 점부터 이런 면이 확연하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가요?


관건은 이 '팬'의 반경이 어디까지에 이르느냐에 달렸습니다. [Farewell]이 커버하고 있는 세월은 그들의 활동 비교적 초기까지 닿아 있습니다. 정말 초기 곡들인 "The Coloring Song"이나 "For Annie" 같은 곡들까지도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페트라의 오래된 팬이 아니라면 이 라이브에서 받을 수 있는 감흥이 다르다는 뜻도 될까요? 그렇긴 합니다. 30여년의 디스코그래피는 쉽게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니까요. 존 슐리트가 자신이 페트라의 멤버도 아니었을때 발표된 곡인 "It is Finished", "The Coloring Song"을 부를때 이들의 초기 음악을 모르는 팬들은 다소 어리둥절 했을 겁니다. (물론 슐리트는 그간의 라이브에서도 이런 곡들을 종종 부른적이 있지만요. 한국 공연을 포함해서.)


또 있습니다. 이 앨범의 구성은 그들의 첫 라이브 앨범인 [Captured in Time & Space]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최신 음반을 기점으로 한 전반주, 락과 발라드 파트로 나뉘는 메들리, 세션들의 솔로 연주.. 거의 85년 라이브의 대칭점처럼 보일 정도죠.


이런 구성이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여년전의 라이브 앨범을 들었던 팬이라면 이 음반을 들으면서 분명히 데자뷰 현상을 느꼈을 거에요.



여기에 화룡정점은 페트라의 전 멤버들이 참여할때 찍힙니다. 어쿠스틱 메들리에서는 예전 보컬인 그렉 X 볼즈가, 그리고 후반부에는 키보디스트였던 존 라우리가 게스트로 참가하죠.


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앨범의 백미입니다. 팀을 떠난지 20년이 되었는데도 그렉 X 볼즈의 보컬은 어찌 그리 맛깔스러운지. 존 라우리는 [Captured in Time & Space]에서 연주했던 키보드 세션을 다시 선보이는데 물론 그때만큼은 아니라해도 여전히 재기발랄 합니다. 공연의 클라이 막스로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무대를 보여주고 있죠.



물론 올드 팬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것은 아쉬움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사실 페트라의 최근 앨범들은 그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음반 자체보다는 골수 팬들의 애정에 더 힘입어 어필해 왔으니까요. 사실 마음같아서는 라이브 초반부에 수록된 최근 앨범 수록곡들의 선곡보다도 예전 노래들이 더 수록되었으면 하는 바람까지도 들더군요.


전체적으로 '한창인' 아티스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룹의 퍼포먼스가 아닌 무대 전체의 느낌이 말이에요. 일단 엄청난 관객들이 모인 공연은 아니란게 드러나죠. 33년의 역사를 달려온 팀의 뒤안인데 이런 크지 않은 공연 규모는 정말 아쉽게 느껴집니다. 물론 팬들의 환호와 곡에 대한 답지가 열광적이라 어느정도 이런면을 커버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내외의 요인을 모두 따지더라도 [Farewell]은 제 몫을 한 앨범입니다. [Farewell]은 마지막 앨범이랍시고 멋적은 장중함을 내세우는 앨범이 아닙니다. 존 슐리트를 위시한 모든 세션들은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락'을 보여줍니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그들이 해왔던 바로 그 음악 말이에요.


그리고 이 열정은 팬들로 하여금 크리스천 음악의 역사 그 자체였던 페트라의 여정을 뚜렷하게 상기시켜 줍니다. 이들의 음악을 따라온 팬들이라면 이 깨달음에 가슴 뿌듯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그 힘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음반입니다. 마지막 곡인 "He Came, He Saw, He Conquered"을 부른 뒤, 슐리트의 인사말은 사실 페트라를 향한 팬들의 인사말로 더 어울릴듯 해요.


"Good night and thank you for 33 fantastic years!"


(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