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Ron Aniello
일단 이 팀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분들을 위해 몇마디. 제이슨 웨이드가 이끄는 신인그룹 라이프하우스는 그들의 데뷔앨범 [No Name Face]의 수록곡 "Hanging by a Moment"로 일약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들의 레이블인 드림웍스에게 있어서도 큰 성과였죠. 아시다시피 드림웍스는 크리스천쪽이 아닌 일반 계열의 배급사였고요.
"Hanging by a Moment"는 모던락 싱글중에선 2000년, 2001년 가히 최고의 화제곡이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그 순간에 매달린다는 애절한 메시지는, 변색되고 자극된 사랑을 가사의 원동력으로 삼는 여타 락그룹에 비해 많은 느낌을 팬들에게 남겼고요.
여기에서 더 나아갔습니다. 웨이드는 이 곡의 메시지에 대한 영적인 부분을 매체등을 통해 피력하기 시작했고,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염원의 가사는, 라이프하우스를 크리드나 P.O.D의 명맥을 잇는 그룹으로 인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장르적인 특성도 한몫했죠. 위에서 이야기한 선배팀들보다는 비교적 무난한 락스타일의 그룹이었으니까요. 다시말해 '애창'하기 쉽다는 메리트가 있었죠.
그 현상은 곧 나타났습니다. 멘체스터 빈야드는 "Hanging by a Moment"를 리메이크 하기도 했고, 신인가수 샤메인도 데뷔 앨범에서 이 노래를 리메이크할 계획이었죠. (비록 무산되었지만)
그 이후 [No Name Face]는 크리스천 레이블인 스패로우를 통해 크리스천 시장에 배급되기 시작했고, 두번째 앨범인 [Stanley Climbfall]도 같은 형태로 배급되었습니다. 현재 리더인 제이슨 웨이드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워십앨범을 내겠다고 공언했고, 식스펜스의 [Divine Discontent]를 위해 곡을 써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라이프하우스는 단순히 크리드나 U2의 세례를 받은 팀이라는 작위에서 한발자욱 더 크리스천 음악에 다가온 팀으로 인정받게 되었죠.
이들의 두번째 앨범 [Stanley Climbfall]은 '당연히' 크리스천 음악필드의 조명도 듬뿍 받으면서 등장한 앨범입니다. 하지만 [No Name Face]에 담겨있던 아메리칸 락 순수의 유들유들한 흐름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이라고 특별한 것을 기대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라이프하우스가 자신들의 음악적 본령을 확실하게 꿰뚫고 있는 팀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차트 상승을 하고 있는 "Spin"의 강렬함은 "Hanging by a Moment"와는 사뭇 다르지만, 배치만 바뀌었을 뿐 스타일의 유사함은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곡의 클라이막스를 두단계로 끄는 진행을 보이는 "Stanley Climbfall"은 전작의 "Sick Cycle Carousel"을 연상케 하죠. 또 두번의 반복에서 2절의 후렴을 풀 세션으로 강하게 잡는 변주를 주었던 "Hanging by a Moment"의 진행은 이 앨범의 "Out of Breath"에서 반복됩니다.
물론 앨범 자체의 규모도 커졌기에 다양함을 펼쳐볼 여지도 많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웨이드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면서 마일드한 디스토션 사운드의 포화를 살짝 뒤로 밀어버린 "Am I Gonna Find Out"이나 "Just Another Name"같은 곡들입니다. 이런 곡들에서 웨이드의 보컬은 한껏 자신감이 넘치는듯 보여요.
사실 앨범 자체는 여기서 좀 더 간결 해져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각 곡의 흐름이 종종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들다보니 앨범이 지리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거든요. [No Name Face]에서는 그런 느낌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런 맹점은 사운드의 다양함이 보여질때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점을 극복하는 명반들도 있긴하지만 [Stanley Climbfall]은 그정도의 앨범은 아닙니다. [No Name Face]에서 더 강렬한 부분을 첨가시킨 앨범이라는 정도가 제일 적당한 평일것 같아요.
[Stanley Climbfall]의 가사들은 개인과 사회의 소통을 모토로 잡고 있습니다. 세상속에서의 무기력함을 말하는 노래인 "Spin"이나, 자신만의 의지로는 분명히 무릎 꿇을 수 있는 한계점을 노래하는 "Stanley Climfall"이 대표적인 곡이죠. ("Stanley Climbfall"은 ''Stand, Climb and Fall'이란 단어를 사람이름 형식으로 바꾼 제목입니다.)
여기에 911 테러 이후의 불안감이 가미되었을 만한 "Sky is Falling"이나 "Take Me Away" 같은 곡들도 어두운 분위기에 한몫을 합니다. 개인의 한계점, 불안감... 확실히 앨범의 전체적인 무게는 다소 무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이 앨범은 확고하기 그지없는 해결책을 배치시킵니다. "Wash"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정화'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하나님에 대한 고백으로 보이죠. 불안함을 고조시키는 곡인 "Take Me Away"도 결국 인간적인 자아로 그 해결을 볼 수 없음을 강하게 말하고 있고요. ("Take Me Away"... 누구에게 하는 소리겠습니까..)
결국 [Stanley Climbfall]은 인간이 바라보는 명과 암의 메시지들을 주마등처럼 돌리고 있습니다. 여느 크로스오버 스타일처럼 '복음주의' 자체에 대한 어휘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지만, 수록곡들에서 늘어 놓아지는 어두움을 밝게해줄 수단이 결국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다지 찾기 어려운 플롯이 아닙니다.
전작과의 비교를 한다면 가사에 담긴 과감함과 사회성이 음악적인 다양함보다 더 발전된 면모를 보이는 것 같네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라이프하우스의 다음 앨범은 제이슨 웨이드가 결성한 워십 프로젝트 타이틀로 발표된다고 하지요.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작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Mr. Tumnus'라는 그룹명을 사용한다더군요.
팀 이름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것이야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함이겠지만, 서지오 안드레이드 등 라이프하우스의 멤버가 참가할 예정으로 되어 있으니 실질적으로 라이프하우스의 워십 앨범으로 봐도 되겠지요.
그 앨범의 기대선상에서 [Stanley Climbfall]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앨범이 될겁니다. 역크로스오버의 수순으로 보다 더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이 팀을 알리는 앨범이 될 수도 있을테고요. 잘 만들어진 앨범이니 그 부분에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No Name Face]에서 느낀 신선함에 비해서는 약간 지리한 면이 있습니다. 가사에 담긴 사회성들은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고 있지만, 그러다보니 뭐랄까... 다소 설교조가 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래도 반사 효과때문인지 새로나올 워십 앨범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배가 되는군요. 멋진 앨범 기대해 봅니다.
(2002/12)
PS1: 국내구입 링크는 안걸었지만 일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작인 [No Name Face]도 물론이고요.
PS2: 이 앨범은 [Limited Edition]-한정판도 동시에 발매되었습니다. 두 곡의 보너스트랙이 실려있는 버젼이지요. (옆의 송리스트에도 나와 있습니다.) 한정판임에도 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국내 라이센스 버젼도 이 버젼이고요. 저라면 이 앨범을 엉뚱하게 해외 쇼핑몰에서 사려는 시도는 안할겁니다. (하기야 엔간한 쇼핑몰에서도 전부 이 버젼으로 판매하고 있지만요.)
PS3: 인핸스드 기능은 재미있습니다. 인터넷 비밀 사이트 접속이 전부입니다만, 시디롬 트레이에 CD가 없으면 사이트 접속이 안되는 독특한 기능이 있네요. 참고로 주소는 http://www.lifehousemusic.com/secret 입니다. 미공개 트랙 2개-그중 하나는 스페셜 에디션에 있는 "Sky is Falling"의 어쿠스틱 버젼입니다-와 인터뷰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