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Worship]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ichael W. Smith & Tom Laune

(2001/Reunion)




마이클 W 스미스의 앨범 [Worship]의 발매직전, 거의 모든 (국내를 포함해서) 인터넷 구입사이트에서는 이 앨범의 사전예약 구매자들에게 스페셜 에디션 싱글인 [Devotion]을 무료로 껴주었습니다. 들어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싱글은 스미스가 몇개의 성경구절들을 낭송하고 그 중간에는 다른 찬양곡들을 삽입한 작은 음반이었죠.


이 싱글에 수록되었던 찬양들은 (자켓 부클릿에도 명시 되었었지만) 모두 그의 이전 앨범들에서 양념처럼 한두곡씩 수록되었던 곡들이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싱글은 워십이라는 카테고리가 스미스에게 전혀 낯선 영역이 아님을 천명해주는 보증서와도 같은 역할을 한겁니다. 스미스의 크로스오버 시절 이후의 음악들만 익숙한 몇몇에게는 큰 선물이었겠지요.


이런 점을 깨달은 팬들이라면, 동기야 어떻게 되었든, '마이클 W 스미스만의 워십 앨범도 내볼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요? 물론 [Worship]의 출반시기가 최근에 분 워십의 열풍 뒤인지라 다소 시류에 편승한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적어도 그를 아는 팬들에게 이 앨범이 그저 낯설은 모사만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Worship]은 스미스의 워십앨범에 기대할만한 양상과는 다른 형태의 앨범이 되었습니다.


우선 스미스 자신의 앨범으로서의 특성이 거의 희석 되었어요. 일단 창작곡이 현저히 적다는 점이 의외지요. 오랜만에 부인인 데비 스미스와 공동으로 만든 "Purified"의 스튜디오 버젼이 전부에요.


물론 스미스가 이곳저곳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 앨범이 그가 좋아하는 워십곡들의 열람으로 의도적인 구성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 위에서 이야기했던) [Devotion]의 수록곡들을 비롯한 수많은 -그가, 혹은 다른 가수들이 불렀던- 찬양곡들을 작곡해온 사람이 만든 첫 경배와 찬양 앨범에서 독창성의 부재가 느껴지는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실황이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곡들에 대한 특출난 편곡이나 연주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시 그냥 여느 경배와 찬양 앨범의 느낌이 훨씬 더하고요.


물론 이 점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앨범에서 제일 발군의 요소라고도 할 수 있죠. 스미스의 딸들인 안나와 에밀리가 멘트를 읊는 스크립트로부터 시작되는 공연의 분위기가 앨범의 후반부까지 지속되고, 또 중간에 "Breathe", "Let It Rain"에서 보여지는 결신의 순간들이 워십앨범이 가질 수 있는 영적인 교감을 충만하게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이 앨범이 워십실황 앨범이기 때문이지 마이클 W 스미스의 앨범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마이클 W 스미스의 앨범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정수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보여집니다. 바로 수많은 게스트들의 콰이어 참가지요. 에이미 그란트를 비롯해서, 마크 슐츠, 그렉 롱, 신디 모건, 에린 오도넬, 필립스 크렉 앤딘, 아웃 오브 이던, 웨스 킹, 플러스 원의 네이던 월터스와 제이슨 페리, 그리고 대부분의 로켓타운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올스타 콰이어를 구성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물론 이것도 그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의의가 있습니다. 음악적인 특징은 없어요. 공연의 진행중 게스트 싱어가 라운딩으로 솔로를 한다던지, 부르는 인원들이 적은 파트가 나와서 친숙한 목소리들이 구별될 정도로 편곡이 된 것도 아니니까요.


이 부분에서 스미스는 보컬의 퍼포먼스 이전에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모으는 원동력의 제공처로서의 역할을 한 셈이지요. 분명 그의 네임밸류에 의지하지 않고는 힘든 기획과 구성이었을테니까요.


사실 워십리더로나 보컬로서 스미스의 역할도 미미합니다. 피아노 연주로 공연을 이끌며 집회를 인도하는 모습이 단번에 연상되긴 하지만, 이 앨범은 테크닉이 중요시되는 CCM 라이브가 아니라 워십 앨범입니다. 선곡도 비교적 차분한 노래들로만 라인업이 잡혀있는 편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비디오도 아닌 단순한 음반만으로, 특화된 개인 -스미스 혹은 올스타 콰이어들- 의 뚜렷한 선을 느끼기에는 이미 워십이라는 장르가 갖는 차이가 확연합니다.


물론 워십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방향은 바람직합니다.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화 되어가는 워십에 대한 견제의 의견들도 분분한 이때에, 마이클 W 스미스의 워십 음반이라 해도, 개인이 너무 전면으로 나서는 쇼타임보다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홈커밍 파티의 분위기가 더 맘에 드는게 사실이에요.


그밖에는... (스미스의 노래인) "Agnus Dei", (비록 스미스의 노래는 아니지만, 그가 만든 음반인 [Exodus]의 수록곡인) "Draw Me Close", 리치 멀린스의 (그러나 스미스의 애창곡이기도 한) "Awesome God" 같은 노래들을 다시 듣는 것이 흥미롭군요. 아마 기존곡 위주인 워십앨범의 형태 안에서 스미스다운 느낌을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선들이기 때문일 거에요.


사실 앨범 발매 후에는 "Above All" 이 더 각광을 받고 있죠. 멋진 노래입니다. 싱글로 커팅할 수 있는 스튜디오 버젼을 앨범에 따로 실기도 했지만, 이 음악의 감정 자체가 상당히 스미스의 음악과 어울리기도 하고요.



결국 이 앨범의 진정한 의의는 앨범의 기획자체에서 더욱 보여집니다. 일단 90년대 후반에 갑자기 왕성한 음반활동을 보여온 스미스에게 있어서 [Worship]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어떤 노래를 하는,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는 아티스트인지에 대해 재확인을 시켜주는 계기가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스미스 자신에게 제일 큰 의미가 있겠지요. 그래서 이 앨범은 마치 신앙과 사명에 대한 스미스의 모노로그 같아 보이기도 해요.


[Worship]의 부속적인 활동은 워십특유의 성격대로 공연을 통해 이뤄질 겁니다. 이미 출반과 함께 스미스가 [Songs 4 Worship] 투어에 참가하기 시작했죠. 이 앨범 감상의 연장선도 본토에서 공연에 함께하는 팬들과의 유대감으로 이어질테고요.


바다 건너 사는 우리에겐 감질맛 나는 사실이지만, 우리도 분명히 앨범 자체의 기획을 비롯해, 앨범을 듣는 과정에서 필설할 수 없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이클 W 스미스의 음반이니까요. 그리고 하나님을 높이는 찬양이니까요.


(2001/10)


PS: 역시 자켓의 일러스트는 지미 어벡이 그렸네요. (일전에 게시판에서 제가 언급한적이 있었죠?) 결국 89년의 [Christmas] 이후, 스미스의 모습이 자켓에 등장하지 않은 첫 앨범이 되었군요.